▲지난 6월 1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자료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의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기자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격의 포문을 연 대통령과 청와대는 물론 이에 맞서는 기자들도 진실을 외면하긴 매한가지이다. 현재의 기자실 논란은 30%의 진실과 사실만이 있고 나머지 70%의 진실과 사실은 감춰져 있다. 논쟁의 주체들은 진실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말하고 싶은 진실과 이해만을 강변하고 있다. 보여주기 싫은 것은 말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이번 기자실 논란과 관련 한국기자협회를 주축으로 한 메이저 기자들 주장의 일부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정부 측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 정부는 강제력을 발동해 법과 행정을 집행하지만 기자들에게는 그런 힘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기자들은 취재거부나 헌법소원 등의 사후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사와 기자가 정부 권력을 능가하는 힘을 가졌고, 이를 행사하고 있다고 노무현 정부는 말하고 있다. 이 역시 부분적 사실일 뿐이다. 시대는 변했다. 지금은 노무현 집권 이전의 시대, '노풍' 이전의 시대가 아니다. '노풍'도 지나간, 노무현 정부 집권 5년차의 시대이다. 메이저 언론, 이른바 '조중동'의 힘은 정부를 조종하거나 바꿀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언론개혁 과제 재점검과 언론의 자정 선행돼야
그들의 힘은 여론 시장에서 작용하는 여론권력, 언론권력의 힘이다. 여론시장에서 수구언론의 권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를 개혁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수구언론 때문에 정부가 제 할 일 못하고,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물 타기를 하고, 방해를 한다는 말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조중동의 말에 휘둘리는 공직자가 요즘도 있는가? 있다면 그건 노무현 정부가 제 집안 단속을 잘못한 것이다. 오죽하면 청와대 브리핑, 국정브리핑 등 정부 매체를 동원해 수구언론과 싸우겠는가? 이해도 하지만 정부 스스로 언론임을 자처하는 행위는 동의할 수 없다.
반면 노무현 정부, 즉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는 지점이 있다. 지난 6.10항쟁 기념식에서의 연설 내용 중 수구언론에 관한 대목은 공감하고 전적으로 지지한다. 독재 권력과 결탁하고 이 나라를 오랜 세월 동안 암흑에 빠트렸던 언론은 여태껏 과거사에 대해서 공식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건 정부와 정치권이 언론의 불행한 과거사 청산을 외면했고, 기득권 언론이 이에 맞서고 저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수구 기득권 언론과 정치권력의 카르텔은 성공의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인터넷 정치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는 작은 언론, 새로운 언론들의 힘 보태기가 컸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서 메이저 언론의 강물에 맞선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서 이 작은 언론, 새로운 언론은 성장하지 못했다. 메이저 수구언론들의 여론 시장 장악력은 결코 쇠퇴하지 않았다. 대신 포털의 권력화, 무가지 신문의 난립으로 오히려 작은 언론, 새로운 언론, 개혁적 언론들의 입지가 축소되거나 정체되었다.
정권 말기의 '기자실 개혁'은 너무나 때늦은 감이 있다. 대통령이 화두를 던졌고, 정부 관료들은 지시를 이행했다. 메이저 언론과 기자들의 저항은 예고되어 있었고, 이를 알고 있으면서 기자실, 브리핑 룸 통폐합 조치는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기자실 개혁 또는 언론개혁이라고 포장했지만, 메이저 언론과 기자들은 국민의 알권리 축소와 언론자유 탄압이라고 맞서고 있다. 현재의 대립 국면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자실 논란은 승자가 있을 수 없다. 진실의 70%를 차단한 논쟁이 온 나라 안을 휘감고 있다. 기자실 개혁을 주장하는 정부에게는 공직자들의 퇴행성과 관료적 마인드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전혀 없다. 정부는 청와대나 총리실, 통일부 등에서 벌어진 관료들의 마이너 매체에 대한 극심한 차별과 배제 행위를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 기득권 언론과의 유착은 공직자들이 주범이다. 그들 스스로 유착 관계를 근절하지 않고 메이저 언론 위주의 홍보 행위를 해 왔다.
반면 한국기자협회를 주축으로 한 기자 진영 역시 기자단의 존재와 폐단에 대해서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기자실 논란은 부차적인 문제다. 등록기자 가운데 상주기자단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치부를 드러내야 한다. 여기에 해법이 있다.
국정홍보처 핵심 관계자는 "기사 송고석과 브리핑 룸을 통폐합하면 출입 기자단의 근거지가 없어지므로 마이너 매체에 대한 차별적 행위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러할까?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지만, 의식은 끊임없이 존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배타적 출입기자단 문화를 형성한 이 사회의 언론 관행과 마인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기자단의 문제는 여전히 벌어질 것이다. 기자실 통폐합으로 잠시, 일시적으로 주춤할지 몰라도 메이저 언론은 뭉칠 것이며 메이저 기자들은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것이 아니라 가재도 놓치고 도랑도 엉망이 다시 될 것이다.
필자는 배타적 출입기자단의 자진해체를 다시금 촉구한다. 취재를 원하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정부 부처에 대한 출입과 공평한 취재를 방해하고 배제하는 것은 상도에 어긋난다.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간단하다. 청와대, 행정부 등 정부 부처에 등록된 모든 등록기자에게 차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팩스, 이메일, 문자서비스, 기자간담회, 오찬, 브리핑 등에 있어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
'그 많은 기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응대하느냐'하는 반문을 한다. 언제 기자들이 관리하고 응대해 달라고 했는가? 정부는 행정 서비스, 언론에 대한 서비스를 충실히 하고 원칙을 지키면 된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 고위 관료들을 보면, 훌륭한 공직자도 있지만 언론을 대하는 인식과 방법에 있어서 대다수는 '꽝'이다. 마이너 매체는 절대 만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획일적 기사', '발로 뛰는 기사' 운운한다. 언론 위에 또 하나의 언론권력이 생겨난 셈이다.
소모적이며 대립적인 현재의 기자실 논란은 중단돼야 한다. 정부는 공직자들의 대언론 마인드를 재점검해 유력 언론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홍보 관행을 전면 수술해야 한다. 모든 언론을 적으로 몰고 있는 전술도 바꾸어야 한다. 언론과 기자들도 중요 출입처를 근거지로 한 배타적인 상주 출입 기자단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실태 조사를 통해서 개선책을 마련하거나 자진 해체해야 한다.
대통령 주도 언론개혁 실패로 귀결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