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겔란 공원의 명물 심술쟁이강병구
여행을 다니다 보면 종종 소문과 다른, 실망을 주는 여행지들이 있는데, 비겔란 공원은 오히려 기대 이상의 볼거리를 보여준 곳이었다. 많은 조각상들도 그랬지만, 아주 인상적인 몇몇 조각들은 특히 재미있게 감상했다.
그 중에서도 '심술쟁이'라는 어린 아이의 조각상은 특별히 인상적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곳의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조각상이라고 한다. 한적하면서도 아름다운 이곳 공원도 전형적인 북유럽 도시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간단한 점심을 먹고 다시 시내로 돌아와 오슬로를 돌아다녔다. 박노자 교수가 근무한다는 국립오슬로대학교의 본부도 보고 이러저러한 시내 건물들을 살펴보며 향한 곳은, 오슬로의 최대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카를 요한 거리였다.
오슬로 중앙역에서 왕궁에 이르는 한 2km정도의 큰 길이 카를 요한의 거리다. 폭 넓은 도로를, 차 없는 보행자천국의 거리로 꾸몄고, 예상할 수 있듯 오슬로에서 가장 번화하여 여러 상점들과 문화시설들부터 거리의 예술인들까지 다양한 오슬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북유럽 도시들을 돌아보며 가장 부러운 부분이었던, 이런 보행자천국의 거리가 오슬로에도 당연히 있었던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거리라는 것이 사람이 돌아다니기 위한 것인 만큼 보행의 편이가 최우선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에는 많이 바뀌고 있지만, 그런 점에서 우리의 거리들은 보행자를 불편하게 만들려고 작정한 듯 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지난 2002년 월드컵기간동안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 광화문과 종로의 그 넓은 거리를 두발로 밟아보며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보행의 용의함을 좀 더 고려해준다면 이런 큰 즐거움을 충분히 만들어 줄 수 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