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지난 5월 22일 정동영 전통일부장관의 출판기념회에서 김근태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무리한 해석일 수도 있다. '의도된 열거'가 아니라 '관행적인 열거'일 수도 있다. 인위적으로 층위를 나누려고 한 게 아니라 범여권 내 위상에 따라 자연스레 추린 것일 수도 있다.
김근태 전 의장이 오픈 프라이머리 참여대상 명단을 열거하는 것과는 별개로 "열린우리당의 동료의원 여러분"에게 대통합 합류를 촉구한 점에 비춰봐선 이런 해석이 더 타당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귀결은 같다. 노무현 색채를 탈색하거나 엷게 하려는 시도는 피할 수 없다.
이렇게 전망하는 근거가 더 있다. 김근태 전 의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보폭을 가장 넓게 벌리는 사람은 손학규 전 지사다.
그는 김근태 전 의장의 오픈 프라이머리 참여 촉구에 따뜻하게 대답했다. "대통합을 위해 살신성인의 결단을 한 만큼 김근태 전 의장의 고뇌와 충정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서 범여권으로 곧장 말을 갈아타는 걸 부담스러워 했다. 시간이 필요했고 계기가 필요했다. 이러던 차에 김근태 전 의장이 멍석을 깔아줬다. 대통합의 시기가 임박했음을 예보해줬고, 간곡한 요청으로 합류 명분을 키워줬다.
손학규 전 지사가 범여권에 몸을 실으면, 그래서 범여권 통합의 중심에 서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는 범여권 주자 그 누구보다 자유롭다.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의 부담을 가장 적게 안고 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과 가장 날카롭게 각을 세울 수 있는 인물이다.
노무현 대통령,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나
김근태 전 의장이 문을 지키고, 정동영 전 의장이 바람을 잡고, 손학규 전 지사가 창을 들면, 노무현 대통령도 그에 맞춰 선택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전면 대립하든지 대세에 순응하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는 열린우리당을 고수하면서 독자적으로 친노 후보를 세워 후보단일화를 시도하는 방식일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친노 인사를 모두 대통합 대열에 동참시킨 다음에 오픈 프라이머리에 뛰어드는 방법일 것이다.
선택은 자율사항이지만 그렇다고 자유로운 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으로선 두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통합민주당의 태도다. 이들이 대통합 흐름을 인정하고 합류하면 열린우리당 고수 전략은 상대적으로 위축된다. 정반대라면 범여권은 삼분되고 열린우리당 고수 전략의 입지는 넓어진다.
이해찬·한명숙·김혁규의 의사도 살펴야 한다.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의리를 중시하면 열린우리당 고수 전략은 힘을 얻게 되지만 대통합 대의를 따르면 열린우리당은 왜소해진다.
'문지기'가 섰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문이 활짝 열린 건 아니다. 그 문이 대문인지 샛문인지도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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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정동영에겐 '윤리 교과서' 손학규, 범여권 대통합 중심에 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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