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국수와 오이무침맛객
여름철엔 채소 중에서 열무가 으뜸이다. 열무만 보면 우선 시원하단 생각부터 든다. 당연하다. 사실 시원한 맛이 열무의 맛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전라도 김치의 특징이라면 양념이 풍족하게 들어가는 데 있다.
하지만 유독 열무김치만큼은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담근다. 넣더라도 형식적이다. 붉은 고추를 확독으로 갈아 아주 소량만 넣는다. 대신 보리밥을 갈아 넣는데 익으면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청량감이 끝내준다. 이 열무김치를 보리밥에 걸치고 고추장 한 숟가락 떠 쓱싹 비비면 입 나갔던 맛이 돌아온다.
날씨가 더 더워지면 여름밥상의 필수 반찬으로 열무물김치가 오른다. 고춧가루로 물을 내 담근 열무김치는 그냥 먹는 것보다 국수나 냉면을 말아 먹어야 제맛이다.
열무국수, 열무냉면의 존재는 서울에 와서야 알았다. 90년대 초, 친구의 형이 방대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때 먹은 게 첫 경험이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은 열무국수는 먹기도 전부터 시원함이 느껴졌다. 빨간 국물에 사각얼음을 동동 띄우고 통깨를 듬뿍 뿌렸다. 보드라운 식감의 국수와 아삭하게 씹히는 열무의 조화도 훌륭하지만, 시원하면서 칼칼한 국물 맛 또한 여태껏 잊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