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한 장면. 갓난 아이가 다솔이김현
서운하다니. 아내와 딸이 건강한 것에 감사하고 눈물이 나는데 서운하다니. 그리고 그 의사는 내가 은근히 딸을 기다렸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리라. 아들만 사형제인 집에서 자란 내게 딸은 귀한 존재였다. 내게뿐만 아니라 우리집에서도 그랬다.
한 시간여가 지난 다음 딸아이와 산모가 분만실에 나와 병실에 나란히 누웠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저 녀석이 내 자식이라니. 그런데 녀석이 갑자기 '으앙~' 하고 우는데 굵은 눈물을 주렁주렁 흘린다. 그때 난 모든 신생아는 태어나자마자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줄 알았다. 둘째를 보기 전까진.
그렇게 태어난 아이의 뒷바라진 다 내 차지였다. 목욕도 내가 시켰다. 기저귀도 집에 있을 땐 내 손으로 갈았다. 가끔 외출할 땐 내가 안고 나갔다. 주위에서 뭐라 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닿아 CF 촬영을 하게 됐다. 처음엔 갓난아이를 데리고 무슨 CF냐며 반대를 했지만 기념이 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결국 CF를 찍게 됐다. 생후 21일쯤 되던 날이었다. CF는 017 핸드폰 광고였다. 그때 아이의 이름이 김다솔.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아이디도 그 이름에서 따온 거다.
첫 이별에 대한 그리움 한 편의 짧은 글로...
광고를 찍고 몇 달이 흐른 어느 날 딸아이와 아빠의 첫 이별이 있었다. 아이 외할아버지에게 일이 있어 엄마와 아이가 시골에 내려갈 일이 생긴 것이다. 그날이 97년 7월 3일.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을 때 텅 빈집에 있으려니 왜 그리 아이 생각이 많이 나는지. 아내에 대한 생각보다는 오직 막 방긋방긋 웃기 시작한 아이 생각뿐이었다.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고 컴퓨터에 앉아 있다가 아이에 대한 마음을 한 편으로 글로 표현했다.
♡ 사랑하는 아가에게 ♡
바람 속에서도 햇살 지으며
해맑은 눈빛으로 밝게 미소 짓는
사랑하는 아가야
이 세상의 꽃이 아름다운들
네 미소보다 아름다우랴
저 하늘이 푸르른들
네 순결한 마음보다 푸르르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고결한 모습으로
엄마 품에 잠든 아가야
아침에 눈을 뜨면
넌 언제나 아침 햇살보다 투명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생글거리며
아빠 엄마에게 행복의 샘을 주었고,
네 토실토실한 볼에 입 맞추면
넌 까르르 방글거리며
생활을 짐 진 아빠의 어깨를
새털처럼 가볍게 해주었단다.
아가야, 사랑하는 아가야
넌 우주 속의 한 떨기 빛이란다.
저기 서있는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의 생명이란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야 할
참 생명이란다.
아가야
쌔근거리며 꿈속을 여행하는
사랑하는 아가야
아빤 너의 고른 숨소릴 들으며
매일매일 기도 한단다
감사의 기도를… - 1997. 7. 4. 01. 30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