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 마을의 갯장어 잡이 배들.임현철
갯장어 요리의 별미 '샤브샤브'
경도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루터 부근의 횟집으로 들어선다. 아직 이른 저녁시간인데도 사람들이 즐비하다. 하모 외에 다른 메뉴는 아무것도 없다. 또 눈과 코와 귀로 맛을 봐야 할 처지다.
김태성(40)씨는 "장어는 여름이 제철로, 단백질과 지방질이 풍부해 체력 보강에 매우 좋다"면서 "일명 '꼼장어'라고 불리는 먹장어는 포장마차에서 즐기고, '아나고'라 불리는 붕장어는 회와 숯불구이로, 갯(참, 하모)장어는 구이, 국, 회, 샤브샤브, 죽 등 어느 것을 먹어도 맛이 좋으나 특히 샤브샤브를 많이 먹는다"고 소개한다.
먹어야 직접 맛을 표현할 터인데 혀로 느끼는 맛을 모르니 쓸 수가 없다. 대신 코와 귀, 눈에 의지할 수밖에.
데쳐서 먹는 샤브샤브(혹은 유비끼). 갯장어를 넣으니 꼼지락 꼼지락거리며 오므라든다. 그러면 건져내 소스에 묻혀 상추와 깻잎에 올려놓고, 먼저 소주 한잔 탁 털어 마신 후 입에 넣는다.
으∼으∼ 미칠 지경이다. 입맛은 당기는데 손이 가질 않는다. 맛있게 먹는 것 쳐다보는 것처럼 괴로운 게 없다. 또 남들 먹는 거 쳐다보는 것처럼 궁상맞은 게 없다. 애꿎은 상추와 깻잎에 양파와 마늘, 고추를 넣어 아쉬움을 달랜다. 땀을 쭈∼욱 쭉, 흘리며 먹는 그들 사이에서 떨어져 나온다.
여수에선 장어를 먹어야 맛이고, 그 중 갯장어를 먹어야 한다는데…. 여수에 사는 난 대체 뭐란 말인가. 대경도는 이렇게 먹을 때면 내겐 아픔이다. 덩달아 주위 풍경도 아픔으로 다가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