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의 물놀이김대갑
그런데 순식간에 그 사람의 네 살 배기 아들이 얕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는 누나들이 있었지만 누나들은 이제 겨우 유치원생들인지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도 못하고 멀거니 구경만 하고 있었다. 새파랗게 질린 그 사람은 렌즈 후드를 냅다 집어던지고 화닥닥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사내아이를 잡아 당겼다. 다행이 사내아이는 물만 조금 먹었을 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나도 놀라 물가로 달려갔는데, 아이는 물에 흠뻑 젖은 몰골로 아빠에게 얌전히 안겨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놀란 가슴을 쳐다보며 나도 모르게 빙긋이 떠오르는 추억이 하나 있었으니, 참으로 기이하고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딱 2년 전에 내 아들도 같은 장소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린 일이 있었다. 그때 내 아들도 네 살이었고, 물에 빠진 장소도 그렇게 깊지 않은 곳이었다. 당시 나는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누나와 논답시고 물속에 들어갔다가 이끼 낀 돌을 밟아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일어서려고 하면 넘어지고, 넘어지면서 물에 흠뻑 젖고. 그 모습을 멀찌감치 지켜보던 나는 사진기를 냅다 팽개치고 맨 발로 화급하게 뛰어갔다. 오로지 아들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무작정 뛰었던 것이다.
그때 나의 행동은 조건반사적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아들을 구해야 한다는 부성애 하나로 뭉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들을 물속에서 꺼내어 품에 안고 집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는데, 발바닥이 자꾸 욱신거렸다. 자리에 앉아서 살펴보니 발바닥이 살짝 찢어져서 피가 나고 있었다. 맨발로 뛰어가다가 날카로운 돌부리에 찔렸던 것이다.
그 사람과 나는 허허 웃으면서 참 재미있는 인연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의 큰 딸이 우리 아들과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고, 더군다나 같은 반이지 않은가! 그 참 재미있는 일이라고 서로가 신기하게 생각했다. 같은 장소에서 물에 빠진 아들을 구한 것도 비슷하고, 각자의 자녀가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으니 우연치곤 기이한 우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