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진봉산에 평화의 나무를 심다

예천군에서 도토리 종자 보내기로

등록 2007.06.09 13:43수정 2007.06.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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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개성 평화통일의 숲 가꾸기' 행사에 동참했다. 이번 행사에는 어린이에서 팔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191명의 다양한 계층이 참석했다. 나 또한 몇 번의 방북이 연기된 끝에 가는 길이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남측 군사분계선을 넘어서자 길옆으로 북녘의 산하가 스쳐 지나갔다.

경의선 철로와 논밭은 남녘의 여느 시골 풍경과 다름없었으나 과거 도라산 전망대를 통해서 보았던 세계 최고 높이의 북한의 인공기 게양대가 멀리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서야 드디어 북녘 땅에 들어오게 되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차창 밖으로 북측 검문소에 경비를 서는 북한 군인들을 보니 경직된 분위기에 다소 이질감이 느껴졌다.

나무를 배급받는 참가진
나무를 배급받는 참가진박상진
북측 출입국관리소를 통과해서 개성공단 뒷산인 진봉산으로 이동한 참가진은 북측 차량에서 삽과 은행나무를 지급받아 산에 올랐다. 북녘 산하 또한 남녘의 산하처럼 포근하게 다가왔다. 이미 그곳엔 우리 보다 앞서 다녀간 남녘 분들이 심은 나무가 푸르름을 자랑하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참가진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빈 땅을 찾아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나도 가져간 은행나무를 개성공단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다 심고 꼬리표를 달았다. 꼬리표엔 ‘이 나무가 잘 자라서 통일의 초석이 되길 빕니다. 2007. 6.1 박 상 진’이라고 기록했다.

나무를 심는 참가진
나무를 심는 참가진박상진
식목 후 기념촬영 장면
식목 후 기념촬영 장면박상진
식목 행사 후 북한 관리와 함께 기념 촬영을 마친 참가진은 봉동관으로 이동해 북한 연예인들의 공연을 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풀코스로 북한 요리를 들며 식사를 마쳤다.

먼저 김치, 순대, 떡, 민물 게, 산나물 무침이 나왔고, 연이어 산적 구이, 멍게 무침, 돼지고기 무침과 잉어찜이 이어졌다. 돼지고기 무침은 소스가 중국식 같았고 잉어찜은 담백하고 닭고기 맛이 났는데 그 비법이 궁금했다. 마지막으로 밥 대신 개성 냉면이 나왔는데 평양냉면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후식으로는 바나나․수박 등 과일이 나왔다.

북한 연예인들의 공연 장면
북한 연예인들의 공연 장면박상진

식사 후 행사진은 선죽교와 고려박물관을 관람 후 귀경길에 올랐다.
고려박물관은 고려 성균관(成均館)의 건물 실내를 박물관으로 전용한 것인데, 유리 진열창 내에 고려 청자 등 국보급 유물을 전시해 보안이 허술해 보였다.


이날 멀리 경북 예천에서 행사에 참가한 권오인(41)씨는 북한 관리에게 참나무 종자 100만 그루에 해당하는 도토리를 북한에 보내기로 약속했다.

권오인씨는 특히 “예천의 도토리는 남한 최고의 우량종으로 알이 굵고 생명력이 강해서 이를 심을 경우 동물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땔감도 해결되며, 묵을 만들면 부족한 식량난 해결에도 일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 그 열매가 땅에 떨어져 또다른 나무숲을 형성할 것이다” 라며 참나무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선죽교에서 권오인씨와 함께
선죽교에서 권오인씨와 함께박상진

권오인씨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겠다며, 앞으로 후원회원을 모집해 북한에 꾸준히 도토리를 보내겠다고 말하고, 군청에도 협조를 요청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번 식목행사는 나무만을 심은 게 아닌 남녘 동포의 마음까지 심은 뜻 깊은 행사였다. 앞으로 민간차원의 교류가 활성화 되어 평화통일이 앞당겨지기를 고대해 본다.
#개성 #권오인 #박상진 #예천 #진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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