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연세대학교 백양로 풍경. 87년 민주화 운동 모습이 담긴 자신이 전시돼 있다.오마이뉴스 박상규
배씨는 가끔씩 눈물을 보였고, 추모제에 참석한 연세대 학생 200여명이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많은 학생들이 배씨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도서관을 오고갔다.
배씨를 알아보는 학생도 많았고, "저 아주머니 누구야?"라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행사가 열린 도서관 앞 민주광장과 연세대학교 백양로에는 87년 민주화 운동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시됐다. 그리고 이한열 열사의 뜻을 기리는 펼침막도 여러 장 걸렸다.
어떻게 보면 6월 항쟁 20주년을 맞은 사회적 분위기와 달리 썰렁한 풍경이었다. 87년 민주화 운동에서 '이한열'이라는 이름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보면, 그리고 그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86학번이란 걸 상기해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배씨의 생각은 달랐다.
"아들 한열이는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내일이 20주기라고 이렇게 후배들이 검정옷 입고 행사를 마련해주지 않았나. (학생들에게) 감사하다."
그런 배씨에게 한 기자가 "요즘 학생들이 이한열 열사를 잘 모르던데, 아쉽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다.
이에 배씨는 "세월 가면 잊는 게 사람 아닌가"라며 "한 두 해도 아니고 20년이 지났다, 많은 학생들이 기억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기말 고사 기간이라 연세대 중앙도서관에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도서관에는 빈자리가 없어 학생들이 1층 출입구에서 길게 줄을 섰다.
이날 도서관을 찾은 법학과 06학번 오빛나라씨와 정혜인씨는 모두 이한열 열사를 알고 있었다. 이들은 "길을 가다가 잠시 추모제를 지켜봤는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공학계열에 다니고 있는 07학번 정금교씨도 "학과실에 이한열 선배의 사진이 걸려 있고, 연세대 학생이라면 입학하면서 선배들에게 이야기를 들어 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특히 내가 종종 들르는 화학공학과의 깃발은 87년 당시 이한열 열사의 피가 묻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적지 않은 연세대 학생들은 최근 언론이 "연세대 학생들이 선배 이한열을 잊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연세대 학생을 '보수 꼴통'으로 몰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