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봄이면 하얗게 피어나는 조팝나무를 보면서 보릿고개를 떠올리고, 이팝을 떠올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조팝나무가 지고 봄의 끝자락에 서면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니 그 사이 하얀 조팝나무, 이팝나무의 꽃을 보면서 고봉에 가득 담긴 쌀밥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참조팝나무는 개화 시기가 조금 늦는 것 같았다. 이미 해금강으로 가는 길에 지나는 양지마을, 고성평야에는 탐스러운 보리가 누렇게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그러니 어쩌면 참조팝나무는 눈으로 먹는 꽃은 아닐까 싶었다.
어릴 적 소풍을 가면 흔한 일은 아니었지만 조금 여유 있는 아이들은 밥에 색깔이 들어 있는 도시락을 싸왔다. 아마도 색소를 넣어 노랑색, 분홍색, 연록색의 밥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밥이 왜 그렇게 맛나 보이던지... 참조팝나무의 화사한 색감을 보면서 나는 그 밥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