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물의 경계에서 먹이잡이에 열중인 갈매기 떼, 너희들이 이곳 주인이다.방상철
지난달 20일, 우리 가족이 부모님을 따라 이곳 대명포구에 온건 순전히 '아내의 생일' 덕이다. 어제 아버지 전화가 유난히 반갑더니 결국 며느리가 좋아하는 회를 푸짐하게 먹여주겠노라고 장담을 하시고 우리를 이리고 끌고 오셨다.
"어제 미역국이라도 먹었냐?"
"아뇨. 어젠 못 먹고 오늘 아침에 아범이 끓여줘서 먹었어요."
차안에서 나눈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대화에서 난 얼굴이 붉어졌다. 올해 아내는 자신의 생일을 위해 미역국을 직접 끓이지 않았다. 아니, 미역국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음식도 만들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말로만 했던 '장담'을 피식 웃으며, 직접 자신의 생일 음식을 만들었었는데 올해는 그러지 않았다.
"미역국은 내가 끓여 줄게!"
결혼하고 10년 동안 아내 생일 전날 내가 했던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행동으로 옮긴 적 없는 나만의 '장담'이었다. 결국 생일이 다 지나가는 한밤중에 아내는 선물로 미역국을 끓여달라고 했다. 나는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전에 미역을 물에 담가 불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 들기름에 그 미역을 볶았다. 그리고 물을 부어 팔팔 끓이기 시작했다. 아내가 깨기 전에 모든 일을 마치려고 서둘렀다. 어제 밤중에 아내가 미역국 끓이는 방법을 설명했을 때까진 자신이 없었는데, 하고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아침에 아내는 국 한 대접을 깨끗하게 비웠다. 하지만 내가 먹어 봐도 뭔가 빠진 듯 맨송맨송한데, 내색을 안 하니 미안하고 고마웠다. 생일날 아침에 이렇게 해주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