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번쯤 제대로 된 '강추'를

등록 2007.06.07 16:15수정 2007.06.0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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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나무는
우리나라 산자락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한 나무이다
그런데 왜 이 나무에
국수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게다가 별칭이 거렁방이나무란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알지 못 하겠다
이 나무가 어떻게
그런 이름을 얻었는지

내 몸은 지난 10년 동안
끝없는 무상을 겪어왔다
마음은 또 얼마나
많은 부침을 거듭해왔던가
내가 국수나무의 이름을 의아해하듯이
누군가는
내 안팎이 너무 다르다는데
강한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인식이 아니라 실존이다
어떤 형식으로
이 세계에 존재하느냐 이다
살아오는 동안
난 너무나 자주 목격해 왔다
섣부르게 이름만으로
세계를 재단하려 드는
사람들의 경솔함이
고정관념이나 삐딱한 편견을 부르고
별 의심없이 자란 불한당들이
세상을 쑥대밭으로 만들곤 하는 것을

국수나무에 국수가 없을지라도
국수나무는 여전히 국수나무이다
돈나무에 돈이 없더라도
여전히 돈나무이다
그대가 진정 강추해야 할 대목은
'국수'가 아니라 '나무'이다
이토록 자명한 사실을
끊임없이 강추해야 한다는 것은
슬픈 희극이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세상은 만성적인 건망증에 빠져있고
우린 그 속에 존재하는
보잘 것 없는 인자(因子)에 지나지 않는 것을

덧붙이는 글 | *국수나무 :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줄기의 골속이 국수와 같다 하여 국수나무라 부른다.

덧붙이는 글 *국수나무 :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줄기의 골속이 국수와 같다 하여 국수나무라 부른다.
#국수나무 #인자 #장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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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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