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성 전의원 묘지를 지키고 있는 의경들.(지난 6일 국립대전현충원)오마이뉴스 심규상
경찰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날 유 전 의원의 묘지 앞에는 오전 10시 경부터 사복을 입은 의경 4명이 1시간여 동안 땡볕 아래 부동자세로 앉아 있었습니다.
김창룡 묘역을 찾은 시위대가 유 전 의원의 묘소마저 해코지 하지 않을까 우려한 예방조치였습니다. 경찰이 이날 국립대전현충원 장군1묘역 내 김창룡과 유학성 전 의원의 묘지 시위에 대비해 동원한 전경대원은 약 100여명에 이릅니다.
아직도 경찰이 현충일에 추모하고 지켜야할 대상이 애국선열들의 넋이고 충절이기 보다는 반민족행위자와 쿠데타 주역이고 그들의 묘지인 셈입니다.
#풍경 셋: 다시 등장한 좌파 족? 좌파 무리?
지난해에 이어 올해 현충일에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특별한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대전충청 구국모임 대전충청 박사모'입니다.
이들은 이날 대전현충원 정문 앞에 지난해와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이곳은 조국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좌파무리들과 싸우다 산화하신 호국 영령들이 잠들어 계신 곳입니다. 좌파 위정자들의 양두구육(羊頭狗肉) 참배를 단호히 거부합니다'
굳이 작년과 다른 점을 찾자면 '좌파족'→'좌파무리'로, '가증스런 위선 참배'→'양두구육'으로 바꾼 정도입니다.
이들이 말하는 '좌파 위정자' 가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전현충원에는 '좌파 독립운동가'도 함께 안장돼 있습니다.
정치적 이념을 뛰어 넘어 독립을 향한 노력의 실체를 인정한다면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영령들을 '좌파무리와 싸우다 산화하신'으로 표현한 것은 편협을 넘은 왜곡이라 할만 합니다.
국군기무사령관이 매년 갖다 놓은 조화와 박사모가 사용한 '좌파무리'라는 단어에서 반민족행위자들이 '멸공'과 '반공'의 이름으로 다시 면죄부를 받고 부활하지 않을까를 우려했다면 지나친 기우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