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농사꾼들에게 하루는 48시간이다.생태지평
요즘 같이 대선을 앞두고 있는 복잡한 시기에는 그 사회를 관통하는 이념과 철학이 더욱 중요하게 마련인데, 요즘 유행어 중 하나가 '중도'라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이 개념은 '어중간'의 '중도'가 되어 우리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저녁식사 이후 이야기의 화두는 '중도'와 '지구환경'이다.
이변비중 비유비공(離邊非中 非有非空). 양 극단을 떠나되 가운데는 아니며, 모든 실상은 있지도 아니하고, 없지도 아니한 유(有)와 무(無)의 중도라는 의미로 촌장님은 김지하 시인의 말씀을 들려주셨다.
정치든 사회활동이든지 중도적 사고를 가지고 진행하되, 어중간함이 아니라 종합적 사고와 대안을 가지고 진행할 때만이 그 가치를 지녀 의미가 더욱 크다는 말씀이다. 슈퍼마켓에서 만나는 '안전한 먹을거리'라고 불리는 것들도 유통과정과 생산과정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나, 농민들의 어려움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또 사회의 원동력인 대중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시민이라는 개념보다는 피지배계급으로서의 일반 대중을 일컫는,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지만 고통받는 시민을 대변하는 '민중'이라는 말을 사용하자고 하신다.
사회변화는 광장을 만날 때 확산되듯이 정치든 사회든 환경운동이든 대중을 떠난 주장은 공허하므로, 대중을 다시 되찾아오자는 말씀이다. 무엇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성찰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두려워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광장은 점점 사라지고, 변화는 더딘가 보다.
생기마을이 있는 강원도 인제는 DMZ 접경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팽팽한 긴장감과는 달리 자연의 모습을 잘 간직한 아름다운 곳이기에 촌장님과 주민들은 소득은 낮지만, 자연휴식제나 어려운 이웃들과 나눔의 실천을 이어가면서 마을은 '생기마을'이라고 불린다.
앞으로는 아토피 같은 환경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나, 어려운 환경의 시민운동가들 같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편히 쉬었다 돌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생기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촌장님의 바람이다.
이러한 소중한 공간 하나가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가 대안적 삶의 방법들을 다양화하는 공간으로 재탄생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작년에 3천평의 배추농사 짓는 것을 놓고, 하느니 마느니 옥신각신하다 결국 놓친 기억이 난다. 올가을 다시 먹을 만큼의 배추농사를 한 번 짓자고 했는데, 어설픈 솜씨로 가능할는지 모르겠지만, 1년에 한 번만큼은 농사를 지어보자.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느껴보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안녕 고구마, 가을에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