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한 담임이 최고! 차별·편애 '짜증'

박춘애 교사의 수업을 잘하기 위한 몇 가지 이야기

등록 2007.06.04 16:36수정 2007.06.0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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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교사 학급운영 캠프에서 강의하고 있는 박춘애 교사.
중등교사 학급운영 캠프에서 강의하고 있는 박춘애 교사.오문수
지난 금요일(1일) 오후 일과가 끝난 오후 5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전남 여수교육청 대회의실에서는 전교조 여수중등지회에서 마련한 교사연수모임이 있었다.

중2, 중3 두 아이의 엄마로 도덕교사인 광주 금당중학교 박춘애 교사는 나이가 마흔이 넘은 중견교사다. 교육에 대한 열기가 식을 때도 되었는데 신참 교사 못지않은 의욕과 열정으로 강의실을 휘어잡고, 참석한 70여명의 교사들을 압도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평범한 바지차림의 박 교사는 수업을 마치고 여수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법도 한데, 두 시간을 쉬지 않고 웃기고 긴장시키며 많은 동료 교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연수를 준비하면서 과목이 각각인 교사들에게서 어떻게 공감을 얻을까 하고 고민이 되었지만 '길은 하나로 통한다'는 기본전제와 고민은 다들 비슷하리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이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려는 경향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음은 박 교사의 강의 요지다.(설문에 참가한 학생들은 중3 남녀합반 240명임. 아래 그래프는 설문 응답자 비중과 상관없는 단순 순위를 의미함. 12시 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1위~5위까지.)

아이들이 생각하는 담임선생님에 대한 설문 내용

오문수
오문수
오문수
오문수



여학생, 남학생이 생각하는 담임선생님의 모습

오문수
오문수



담임 능력 베스트 5

오문수
결국 학생들은 영화 '짱'에 나오는 황기풍 선생님과, 학생들을 생각해주시고 자상하며 선한 선생님,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을 두루 갖춘 선생님을 담임으로 원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업

선생님이 좋으면 그 수업도 좋다. 지루하지 않은 수업. 강압적이지 않고 편하다. 비디오 등 영상물을 통해서 수업을 한다. 모둠토의와 발표를 한다. 선생님 자체가 싫으면 모든 게 싫다. 대충 형식적으로 진도만 나가며, 교과서만 가지고 설명하는 수업, 자기도취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르고, 뭔가 벌려 놓고 수습을 못하는 수업을 싫어한다.

좋은 수업이란 교사가 그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구조적으로 짜여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교과 내용을 통째로 꿰뚫고 있어야 재구성이 가능하다.

혼자만의 힘이 아닌 동료교사와 힘을 합쳐, 대단원-중단원-소단원으로 세분하여 학습목표에 효율적으로 다가가고, 시간별 단원별 연간 학습목표의 타당성을 검토하자면, 방학은 쉬는 기간이 아닌 다음 학기 준비와 재충전을 이루는 유익한 기간이 된다.

아무리 수업목표가 분명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라 해도 학생들이 듣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지루하지 않으려면 교과서 페이지 맞추기, 돌발퀴즈 사용하기 등을 이용하여 수업에 빠져들게 하는 장치를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

교사 혼자만의 수업이 아닌 활동 중심의 자기주도적 수업이 가능하도록 모둠 수업을 하는 데는, 잘한 모둠은 수행평가 점수를 높게 줘 학습의욕을 북돋워주어야 한다. 이때 학습목표 달성을 위한 학습 자료는 풍부하고 흥미가 있으면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한다.

이기적인 세상을 타파하는 모둠수업

세상은 지나칠 정도로 이기적이다. 학교는 이와 같은 사회적 모순을 헤쳐나가도록 가르치는 장이다. 나만이 아닌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게 해야 한다. 잘하는 학생은 못하는 학생을 가르쳐주고, 못하는 학생은 잘하는 학생에게서 장점을 배우며 옆 친구도 돌아보게 하는 교육이 모둠수업이다.

수업 첫 시간에 연간수업계획을 설명하고 학습방법을 이야기 한 다음에 아이들과 회의를 거쳐 모둠을 짜는 원칙을 알려준다. 특히 수행평가 비중이 높을수록 모둠 구성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모둠원들의 상호유기적인 관계를 적절히 조절한다.

다른 모둠원으로 인해 개인이 피해를 보는 것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이때 모둠원간의 상호유기적인 체계가 잘 이루어지도록 모둠장, 진행장, 갈무리장, 규율장, 발표장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하여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배려한다.

박 교사가 말하는 모둠짜기에서 금하는 원칙 두 가지는 '하고 싶은 사람끼리 한다.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이다. 원치 않는 사람과 부대끼며 남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배우게 하려는 의미다.

교무일지, 수행평가, 출제원안, 공문서처리와 그 밖의 잡무처리에 바쁜 교사들에게 별도의 시간을 내서 수행평가를 하기란 쉽지 않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는 것 자체가 바로 수행평가와 직결되고, 토론과 토의 및 모둠활동을 하는 현장에서 점수를 주어야 평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모둠이 칭찬을 받는 경우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는 교사들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는 교사들오문수
▲명상을 잘할 때 ▲토의 자세가 좋을 때 ▲수업준비를 잘해왔을 때 ▲발표를 잘했을 때 ▲질문에 대답을 잘했을 때 등이다.

박춘애 교사의 2007년 첫 수업시간을 안내하는 자료를 보면 이렇게 설명이 돼 있다.

"모둠을 만들어 수업을 하는 것은 서로 부족한 점을 메워 주면서 함께 공부하는 기쁨을 체험하기 위한 것입니다. 시험성적이 좋다고 그 친구가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고 시험성적이 나쁘다고 하여 그 친구가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모둠활동의 진정한 의미는 서로 차이를 인정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사는 것입니다."

도덕 교사로서 박애주의를 몸으로 체험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위 설문을 보면 학생들은 슈퍼맨 같은 교사를 원한다.

"얘들아, 이걸 어떻게 다한대?"하고 물으니 "선생님이잖아요"하는 대답에 교사의 의미를 곰곰 생각해봤다는 그녀.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이와 같은 교육이 얼마나 질적으로 이루어졌느냐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상담은 몇 번, 연구 수업은 몇 번 하는 식의 양적 평가만을 관리자의 주관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박춘애 교사.

"교단을 떠나는 날까지 열심히 합시다"하며 주먹을 불끈 쥔 손에 교육의 희망이 보였다.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모둠수업 #교사연수 #박춘애 선생님 #중등교사 학급운영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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