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8m 대나무 울타리. 옆 시루화분에는 접시꽃이 살짝 보인다.김홍식
그래서 어제는 마음먹고 대나무 울타리를 한 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1시부터 시작한 작업이 7시에야 끝이 났는데도 겨우 8미터 정도 완성했을 뿐이다. 그래 놓고 보니 내가 만들고도 보기 좋아 흐뭇했다. 아흔을 넘기신 우리 아버지 말씀,
"애쓰고 나니, 보기 좋구나."
사실은 앞집에 사는 사촌 아우도 도와주고, 가로대로 쓸 긴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는 작업은 내가 두 번이나 실패를 하고서는 할 수 없이 아흔을 넘기신 아버지 손을 빌렸다. 긴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는 작업이 생각만큼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윗부분부터 쪼개기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을 나는 아래 밑둥부터 시작했으니 가다가 한 쪽이 얇아져서 못쓰게 되고 만 것이다.
'역시 일에는 경험이라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구나.'
얇아지는 쪽의 대를 두껍게 살을 붙이려면 아래쪽으로 해서 누르면서 쪼개 가면 아래쪽 부분이 더 두껍게 살이 붙는다고 슬쩍 귀띔해 주신다. 그렇게 비지땀을 흘려가며 무려 5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운치도 찬란한(?) 대나무 울타리를 만들었다.
안쪽에 자라고 있는 야생차와 바깥에는 얕으막한 돌담이 어우러져 묘한 멋을 풍긴다. 그러고 나니 또 욕심이 생겨 이제는 나머지 150여 미터도 마저 만들어야겠으니 이제 나는 고생문이 훤히 열린 셈이다.
대나무를 또 베고, 자르고, 각목을 자르고 대패를 하고, 드릴로 구멍을 뚫고 못을 박고 그러다 완전히 농투성이가 되어 새까맣게 그을은 얼굴을 색시에게 내밀면, 내 색시는 뭐라고 할까?
"……."
재료는 또 얼마나 들까? 8미터 대나무울타리에 들어간 재료(90㎝ 크기 대나무 - 199개, 4m 길이 대나무 - 4쪽, 낙엽송 각목 4m 길이 - 2개, 90㎝ 각목 3개, 묶음 프라트틱 34개, 구리전선줄 400㎝, 쇠말뚝 2개, 나사못 2개, 못 9개, 시멘트 못 3개)가 그러니 160미터를 다하려면 90㎝ 대나무만 해도 줄잡아 무려 4000개. 그러나 어쩔 것인가? 재미있고, 만들고 나면 흐뭇한 것을.
싸목싸목 만들어 봐야지. 대나무 울타리로 온 집이 다 둘러싸이면 얼마나 장관이고 내 마음은 뿌듯할까? 이런 시골생활의 즐거움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잖는가! 감사하고 또 감사해도 모자라지. 암 모자라고 말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