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오른쪽)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와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3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통합협상 막판 조율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백승렬
노 대통령 본인이 정치·선거의 전면에 나섰다. "장관 지내고 나가서 오로지 대선전략 하나만으로 차별화하는 사람들 보면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 아닌가 생각했다"는 말까지 했다.
통합민주당은 '대통합'을 천명하면서 열린우리당 탈당파를 끌어들여 덩치를 키울 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잔류 규모를 최대치로 잡는 건 어리석어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결국 '노무현 당'으로 왜소해질 것이란 예견을 낳게도 한다.
아닌 것 같다. 노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이 말했다. '차별화하려는 사람들'을 향해 "그때보다 (자신의) 지지율이 조금 올랐으니 다시 와서 줄서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반노 구도는 성립될 수도 없고, 성립돼봤자 큰 힘을 얻지 못할 것이란 자신감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자신감의 근거가 뭔지는 묻지 말자. 그것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차별화하려는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을 뛰쳐나가기 힘들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뛰쳐나가도 갈 곳이 없다.
통합민주당이 특정세력 배제론을 창당정신에서 빼기로 했다고 하지만 그건 문구의 문제다. 문구를 삭제한다고 해서 특정세력 배척 기운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차별화하려는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을 뛰쳐나가 통합민주당에 몸을 실으면 "차별화 당하는 사람들"이 될 공산이 크다.
열린우리당도, 통합민주당도 아닌 제3의 길, 즉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모색할 수도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명의 의원을 확보할 수 있느냐도 의문이지만, 설령 그런다 해도 1년 넘게 바닥에서 맴도는 지지율을 단박에 끌어올릴 수 있느냐도 의문이다.
후보단일화 경쟁에서 밀려도 '노무현 당'은 살아남는다
느긋한 사람은 노 대통령이다. 최악의 경우, 즉 '차별화하려는 사람들'이 뛰쳐나가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당'으로 왜소해진다 해도 사멸하는 건 아니다. 더 극단적인 경우, 즉 후보 단일화를 위한 대세 경쟁에서 밀린다 해도 '노무현 당'은 살아남는다.
후보 단일화가 본격 추진되는 단계에 이르면 한 표의 가치는 상승한다. 노 대통령 말대로 대선이 반한나라당 구도로 전개되면, 그래서 한나라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근소해지면 한 표의 가치는 고평가 된다. 후보 단일화에 목말라 할 사람은 대세 경쟁에서 앞선 쪽이다. 그가 목이 말라 우물을 파면 땅값은 치솟게 돼 있다.
지분을 챙길 수 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치 경영을 발휘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살아남는다. 그럼 그 다음 일은 총선 때 고민하면 된다.
위험하고 공허한 측면이 있다. 이런 분석의 대전제는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다는 가정이다. 대전제가 가정이니 분석의 결론 역시 개연성의 범주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제 물을 때가 됐다. 후보 단일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