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다도는 마음의 '여유'

국내 최초의 차 재배지를 찾아서

등록 2007.06.04 11:08수정 2007.06.0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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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차 밭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에 소재한 차 시배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 밭이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에 소재한 차 시배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 밭이다맛객
녹차 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깔끔하고 시원스럽게 정돈 된 보성 녹차 밭을 떠올리지 않을까? 방송 드라마 또는 수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된 결과, 그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대충 어떤 모습인지 알고 있을 정도다. 그렇게 우리도 자각하지 못하는 새에 녹차 밭은 정형화된 이미지로 구축되고 있다.

그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는 사람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에 있는 차 시배지를 보고 뭐라고 할까. 아니 어쩌면 차 시배지라는 안내문만 없다면 그곳이 차 밭인 줄도 모르는 채 지나칠 수도 있다. 그 정도로 획일화된 차밭과는 거리가 멀다. 자연스럽다. 차 시배지라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차를 재배한 곳을 말한다. 쌍계사가 건립된 시기와 맞먹는다고 하니 어림잡아 천년 세월을 넘나든다.

야생 차 밭, 잘 정돈 된 보성다원과는 확실히 다르다
야생 차 밭, 잘 정돈 된 보성다원과는 확실히 다르다맛객
차나무 사이에 바위가 있는 건지 바위사이에 차나무가 자라는지 모를 정도로 바위들이 많이 있다
차나무 사이에 바위가 있는 건지 바위사이에 차나무가 자라는지 모를 정도로 바위들이 많이 있다맛객
한 아주머니가 길도 없는 차 밭에서 새순을 따고 있다
한 아주머니가 길도 없는 차 밭에서 새순을 따고 있다맛객
올해 수확한 차 잎이 싱그럽다
올해 수확한 차 잎이 싱그럽다맛객
재배지라지만 차나무를 자르지도 않고 방치한 채 자연 그대로 자라게 하고 있으니 야생 차밭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곳에 차나무뿐만 아니라 옻나무를 비롯해 온갖 것들이 함께 자라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차를 따는 데 편리하기 위해 일렬로 심어진 차밭과 달리 빼곡하게 심어진 차나무는 편한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관광객을 위한 산책로 말고는 길이 없기에 차를 따는 아주머니들도 차나무를 헤쳐가면서 따야 한다. 차나무 사이사이에는 큰 바위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 침묵과 반대로 차나무가 한껏 자연미를 뽐내고 있는 곳이 화개면에 있는 국내 최초의 차 재배지이다.

한국 최고 차나무는?


화개면 정금리 도심마을 도심다원 꼭대기에서 자라고 있는 한국 최고 큰차나무 수령 500~1,000년
화개면 정금리 도심마을 도심다원 꼭대기에서 자라고 있는 한국 최고 큰차나무 수령 500~1,000년맛객
수령이 500년~1,000년이라고 해서 거목을 생각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차나무는 오동나무과이다. 오동나무는 그리 크거나 굵게 자라지 않는다
수령이 500년~1,000년이라고 해서 거목을 생각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차나무는 오동나무과이다. 오동나무는 그리 크거나 굵게 자라지 않는다맛객
큰 차나무 아래
큰 차나무 아래맛객
지난 5월17일부터 20일까지 화개면 차 시배지 및 쌍계사 일원에서 제12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천년 차 시음회가 진행됐다. 천년차라 하면 천년된 차나무(큰차나무)에서 딴 차 잎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천년이나 된 차나무가 있다니. 더욱 놀라운 건 이 차나무에서 처음으로 수확한 차 100g이 1300만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한국 차문화연구회에서는 1985년부터 2003년까지 야생차 현황을 조사, 발표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크고 오래된 나무는 화개면 정금리 도심마을 뒷산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높이는 4.15m, 수령은 500~1000년이다(양명학회 1000년, 산림청 남부임업연구소 500년 정도로 추정).


무료녹차시음에는 돈 대신 여유를

큰 차나무가 있는 도심다원에서 바라본 도심마을 전경. 개발과 관광객으로 제 모습을 잃어버린 쌍계사 주변과 달리 아직 외부인의 때가 묻지 않고 있다
큰 차나무가 있는 도심다원에서 바라본 도심마을 전경. 개발과 관광객으로 제 모습을 잃어버린 쌍계사 주변과 달리 아직 외부인의 때가 묻지 않고 있다맛객
차 시배지와 도심마을에 있는 큰차나무까지 구경했는데 차 맛을 보지 않고 오면 뭔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쌍계사 입구에는 여러 곳의 찻집들이 운영되고 있다. 차 시배지에서 강 건너편에 있는 도심다원은 무료차시음회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차를 마시고 마음에 드는 차가 있다면 한 통 사가지고 돌아가도 된다.

이곳의 오시영 대표는 큰차나무를 관리하고 있으며, 도심마을 뒷산에 펼쳐진 2만평의 다원을 운영하고 있다. 도심다원의 차는 바로 그곳에서 채취한 차 잎으로 만들고 있다. 공장을 설립해 대량생산도 가능하지만 전통방식 그대로 수제 차만을 고집한다고 한다.

20여잔 무료로 마셨던 차. 비싼 차보다 자신의 입에 맞는 차가 좋은 차라고 말한다.(곡우차를 가장 쳐주지만 차가 만들어진 해의 기후조건에 따라 곡우보다 세작이 더 좋은 차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산지에서 차를 구입시 만든이의 조언을 듣는 게 좋다) 자신의 입에 맞는 차는 이거저거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찾게 된다. 와인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마시다 보면 맛에 눈을 뜨게 된다
20여잔 무료로 마셨던 차. 비싼 차보다 자신의 입에 맞는 차가 좋은 차라고 말한다.(곡우차를 가장 쳐주지만 차가 만들어진 해의 기후조건에 따라 곡우보다 세작이 더 좋은 차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산지에서 차를 구입시 만든이의 조언을 듣는 게 좋다) 자신의 입에 맞는 차는 이거저거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찾게 된다. 와인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마시다 보면 맛에 눈을 뜨게 된다맛객
도심다원에서 차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돈은 필요 없다. 대신 시간적 여유는 꼭 가지고 들르라고 권하고 싶다. 차는 커피처럼 한 잔 후루룩 마시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맛객이 차를 음미하는 새에도 한두 잔 후루룩 마시고 일어서는 사람들을 보았다. 뭐가 그리도 바쁠까 싶다. 사실 맛객도 차 한두 잔 마시고 금방 일어날 요량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주인장이 따라주는 차를 한 잔 두 잔 음미하면서 마시다 보니 어느 덧 차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같은 차라도 새로 내릴 때마다 맛은 달라진다. 물의 양과 온도, 다기, 차를 따르는 사람의 마음자세에 따라 영향 받기 때문이리라. 그 미세한 차이를 느끼며 마시다 보니 몸의 기운이 살짝 더워진다. 이 무렵이면 차 맛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차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바쁜 일상에 젖어 살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통찰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게 차인가 보다. 진정한 차 맛은 그때서야 알게 되기도 한다. 다도, 어쩌면 진정한 다도는 다기를 갖추고 예를 다해 마시는 게 아니라 마음속 여유를 지닐 때 진정한 다도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개면 #운수리 #시배지 #차밭 #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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