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산사최종명
동산석굴에서 북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무측천 시대에 건립된 불교사원 향산사와 만나게 된다. 산 중턱에 자리잡고 강을 내려다보고 서 있는 향산사는 그 경치가 아름다워 백거이(白居易)를 비롯해 많은 문인과 승려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또한, 1750년 청나라 건륭 황제가 다녀갔으며 1936년에는 장제스(蒋介石)과 그의 부인 쏭메이링(宋美龄)이 이곳에서 피서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백거이는 말년에 룽먼에서 생활했다. '향산거사'라는 별호처럼 그는 향산사에서 강을 바라보며 인생을 즐겼으리라. 그래서, 백거이의 묘원인 백원(白苑)이 이곳에 있다. 새소리가 들리고 산에서 내려오는 가느다란 물줄기를 따라 언덕을 오르면 아담하게 자리를 차지한 묘가 있고 아래 중턱에는 서늘하고 풍경 좋은 찻집이 있다. 거문고 소리 들으며 향 좋고 맛깔 나는 차 한잔 마신다면 도저히 발걸음을 떼기 힘들지도 모른다.
날씨는 여전히 덥다. 온통 불상의 향연을 치르고 향산사에 가느라 가파른 계단길도 오르고 백원의 향기도 느꼈으니 이제 돌아가야 한다. 룽먼치아오(龙门桥)를 건너는 공원차량을 타고 입구로 돌아왔다.
3시간 이상 돌아다닌 셈이다. 빨리 움직여야 룽먼의 또 하나의 명물, 관우의 묘를 볼 수 있다.
택시요금을 물어보니 20위엔을 달라고 한다. 기사들이 내 몰골을 보더니 서로 눈짓하며 부른 것이다. 사람을 티 나게 훑어보고 값을 부르는 중국 기사들을 보면 생리적으로 반응이 온다. '안 타'
버스를 타려고 가니 15위엔 해주겠다고 한다. 이미 1위엔을 내고 버스를 탔는데 말이다. 1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다시 20분 정도 걸으면 관우의 무덤 관린(关林)이 있다.
이곳 관우의 무덤은 삼국지에도 나온다. 저녁에 아들과 메신저를 했는데, '아빠 오늘 관우 무덤에 다녀왔어' 했더니 '알아, 손권이 관우를 죽이고 조조에게 보내 누명을 넘기려 했는데 조조가 관우 주검을 아주 성대히 장례를 해줬다고 나와' 그렇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아는 관우의 묘가 바로 이곳 뤄양 룽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