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A카 에이전트.한경미
더 짧게 더 자주 이용한다
렌터카 이용 기간도 이전보다 점점 짧아지는 경향이다. 짧게 자주 이용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바캉스를 갈 경우 주로 비행기나 기차로 바캉스 장소까지 이동하고 거기서 1주일 혹은 2주일 머무는 동안 차를 렌트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여름 대바캉스 기간에는 렌터카 이용기간이 3주 혹은 한 달까지 가는 경우도 빈번했다. 주로 아비스나 유로카, 에르츠 등 3대 대형 렌터카 회사가 이런 장기 렌터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비행기장이나 기차역에 에이전트를 설치해 바캉스 고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주말여행이나 가까운 친지 집 방문 등 짧은 구간 이동을 위해 렌터카를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렌터카 회사 서열 4위인 '렌트A카'의 사장은 이용객들의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고객의 새로운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단기 렌터카 사용률을 점점 높이고 있다.
올해로 경력 10년인 막 보레 사장에겐 현재 400개의 렌터카 에이전트를 700여개로 늘리겠다는 포부가 있다. 모든 프랑스인이 원할 때 자기 집에서 20분 이내에 위치한 렌트카 에이전트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막 보레에 의하면 프랑스 전국 렌터카 평균 이용 기간이 5일인데 비해 파리 시민의 평균 이용기간은 이틀이라고 한다.
1시간짜리 렌터카도 등장... 전화 한 통이면 해결
단기 렌터카가 유행하면서 이용방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월 23일에는 '공동기금 회사'가 최저 1시간을 렌트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 달에 12유로의 예약금만 내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차를 렌트할 수 있는데, 예약은 전화 한 통이나 인터넷으로 직접 하면 된다. 예약이 끝나면 바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가서 차를 꺼내 쓰면 되는 아주 편리한 방식이다.
렌터카 비용도 저렴한 편이어서 투윙고(르노자동차의 소형 모델)를 1시간, 20㎞ 정도 달렸을 때 렌트 비용은 12.39유로다. 기차나 버스, 메트로(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이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하는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렌터카 비용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이렇게 편리성과 경제성을 겸한 장점 덕분에 더 많은 파리지앵이 단기간의 렌터카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렇게 필요한 경우에만 차를 몰고 나머지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공해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파리시는 최근 몇 년 동안 공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 정책을 고안해 냈다.
그 중 하나로 파리 시민에게 할당된 시민주차지역의 비용 절감을 들 수 있다. 시민주차지역은 시민의 집 근처 도로에 이들만을 위한 주차지역을 지정해 준 것을 말한다. 자기 집 앞에 차를 세워놓을 때 별도의 주차비를 내지 않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시민주차지역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차를 세워놓을 때도 주차비를 낸다.
지은 지 몇 백년 혹은 몇 십년 된 오래된 건물이 많은 파리에서는 지하 주차장이 아예 없는 건물도 많고 또 있다 해도 아파트 수만큼 다 있는 것이 아니어서, 주차문제는 늘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들라노에 파리시장은 당선 다음해인 2002년부터 시민주차지역 이용 요금을 하루 15프랑(2.29유로)에서 0.5유로로 대폭 내렸다. 거의 5분의 1 수준으로 내린 셈이다. 정책 목표는 당연히 대중교통수단 이용 장려였다.
이 정책 덕분에 많은 파리 시민이 차를 주거지 근처에 저렴하게 주차시키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그해 자동차 이용률이 12% 감소했고 2004년에는 파리지앵의 메트로 이용율이 5.5% 증가해 총 277만명이 메트로를 이용했다.
파리시의 또 다른 공해방지 정책으로 전차 부활, 차도 축소를 들 수 있다. 오래전 모습을 감췄던 전차를 부활시켜 파리 남쪽의 구간을 잇게 했고, 4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바꿔 차량통행을 억제하고 그 대신 버스전용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