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가 제철이라던데...

알이 꽉 들어차긴 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소비자에게 외면

등록 2007.06.01 15:06수정 2007.06.0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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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꽃게의 모습. 최근 과도한 어획과 해파리 번성 등의 영향으로 꽃게의 어획량이 급감해 어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가격이 너무 비싸 꽃게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싱싱한 꽃게의 모습. 최근 과도한 어획과 해파리 번성 등의 영향으로 꽃게의 어획량이 급감해 어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가격이 너무 비싸 꽃게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김동이
"겉으로 봐도 알이 꽉 들어차 보이죠?"
"꽃게 한 마리 무게가 큰 거는 700g이나 나가요."


발버둥치고 있는 싱싱한 꽃게 한 마리를 저울위에 얹혀 놓는다. 얼핏 보아도 700g은 넘어보였다. 특히, 암놈은 노란색의 알이 껍데기를 뚫고 투명하게 내비친다. 먹음직스럽긴 하지만 값이 너무 비싸 지나가던 사람들도 구경하고 만져보고 물어보기만 하지 선뜻 사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

킬로그램(kg)당 4만원을 호가하는 꽃게를 시장 곳곳을 둘러보지도 않고 아무런 주저 없이 살 사람은 많지 않다. 1kg여 봤자 고작 큰 꽃게 1마리, 작은 거는 2마리밖에 안되기 때문에 충분히 먹기 위해 4~5마리를 사려면 10만원 정도는 있어야 하기 때문에 꽃게를 사기 위해 갔어도 선뜻 사기는 어렵다.

산다고 해도 조개나 해삼 등을 더 얹혀 달라고 해서 조금이나마 싸게 샀다는 마음의 위안을 삼기도 한다. 한참을 상인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잘 팔리지 않아 속상해 하는 수산시장 상인을 뒤로 한 채 미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최근 서해안의 대표 어종인 꽃게가 과도한 어획과 해파리 번성 등의 영향으로 어획량이 급감해 꽃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 맛만 볼라 쳐도 5만원은 족히 가져야 맛을 볼 수 있다(주변식당에서 꽃게 몇 조각밖에 들어있지 않은 꽃게탕이 5만원정도 한다).

[대천항 수산시장의 모습] 많은 사람들이 대천항 수산시장을 찾아 싱싱한 수산물을 구경하고 있다. 하지만 꽃게는 가격이 너무 비싸 흥정만 할 뿐 선뜻 사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천항 수산시장의 모습] 많은 사람들이 대천항 수산시장을 찾아 싱싱한 수산물을 구경하고 있다. 하지만 꽃게는 가격이 너무 비싸 흥정만 할 뿐 선뜻 사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김동이
꽃게를 사기 위해 찾은 대천항에는 살아있는 싱싱한 수산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비록 한쪽 집게가 잘렸지만 싱싱한 꽃게며, 각종 조개며, 갑오징어하며 각양각색의 수산물들이 수산시장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갑오징어의 모습. 갑오징어도 꽃게 만큼이나 가격이 비싸 좋은 구경거리만 되고 있다. 한마리에 1만5천원이라나...
갑오징어의 모습. 갑오징어도 꽃게 만큼이나 가격이 비싸 좋은 구경거리만 되고 있다. 한마리에 1만5천원이라나...김동이
또한, 수산시장 한켠에서는 마른 오징어며, 지포며, 멸치 등을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맛보기로 구운 지포를 나누어주며 흥정을 하는 상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오직 꽃게를 사기 위해 대천항을 찾은 일행들의 눈에는 다른 수산물이 보일 리 없었다. 살이 오른 통통한 꽃게를 사기 위해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일행들은 한 할머니 앞에 발걸음 멈추었다.


지금까지 둘러본 꽃게 중 가장 나아 보였다.

"알이 꽉 찼어요. 이것 봐, 아주 노랗게 알이 밴 걸. 싸게 해 줄 테니까 사요, 내 국물내라고 다른 것도 섞어서 줄께."
"그럼, 2kg만 주세요."

할머니는 꽃게 4마리를 상자에 담는다.

"2kg가 4마리밖에 안 되요? 너무 적은데?"하며 불평을 늘어놓자 할머니는 갑자기 큰 꽃게 한 마리를 집어 들더니 이내 저울에 올리며 "이거 한 마리가 700g이 넘는데 작은 놈 하나를 이걸로 바꿔서 줄 테니까 가지고 가서 맛있게 드슈~"하면서 거래(?)를 끝냈다.

필자가 꽃게를 샀던 할머니 가게에 놓여져 있는 수산물들
필자가 꽃게를 샀던 할머니 가게에 놓여져 있는 수산물들김동이
대천항 수산시장의 각종 해산물 모습.
대천항 수산시장의 각종 해산물 모습.김동이
꽃게를 사려는 목적을 이룬 일행들은 다시 수산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저녁에 숯불에 구워먹자며 키조개며, 흰조개, 대하 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꽃게탕을 끌이기 위해 상자 속에서 꽃게를 꺼냈다. 산 지 3시간이나 흘러 죽은 줄만 알았던 꽃게가 다시 꿈틀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념을 하고 끓는 물에 꽃게를 넣었는데도 움직였다. 드디어 꽃게탕이 완성되고 맛을 보려 일행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꽃게살과 알이 꽉 들어찬 모습] 요즘에 꽃게가 제철이어서 살과 알이 꽉 들어차 있다.
[꽃게살과 알이 꽉 들어찬 모습] 요즘에 꽃게가 제철이어서 살과 알이 꽉 들어차 있다.photo by rainy
알이 꽉 들어찬 모습이 먹음직스러웠다. 젓가락을 들자마자 순식간에 꽃게는 사라지고 어느덧 국물만 남았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란 속담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입맛만 다지며 일행들은 다시 숯불을 피워 낮에 사온 조개며, 대하를 굽기 시작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방금 먹은 꽃게 생각뿐이었다. 가격이 조금만 더 쌌더라면 충분히 먹을 만큼의 양을 사왔을 텐데…. 아쉬웠지만 나중에 좀 싸지면 그 때 실컷 먹자며 훗날을 기약하고 목장갑을 낀 손으로 조개를 구워먹기 시작했다.

지금 먹는 꽃게가 제 맛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한다는 것은 꽃게잡이 어민들에게는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올 것이다. 꽃게의 어획량이 늘어 어민도 웃고 소비자도 웃는 그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꽃게 #대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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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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