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아누이에서 보았던 이 독특한 디자인의 집도 결국은 돈 많은 어느 오클랜더의 별장일 것이다.정철용
이 마을에서 오포우테레 비치까지는 차로 겨우 30분 정도밖에 안 걸리니, 휴가철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오포우테레 비치를 다녀올 터인데, 그 몸살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그냥 조용히 왔다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떠난다면 그래도 다행이련만,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휴가철인 여름 몇 달 동안은 오포우테레 비치에 환경보존부의 직원 하나가 감시인으로 늘 상주하는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터였다. 사람들의 손길로부터 야생의 바닷가를 보존하기 위하여 사람을 두어 감시해야 하는 역설이 가슴에 맺혔다.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인적 드문 자연마저도 보존하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오포우테레 비치를 출발해 또 다른 휴양마을인 오네마네(Onemane)와 제법 번화한 작은 도시인 팡가마타(Whangamata)와 아직도 금을 채굴하는 금광 도시인 와이히(Waihi)에도 들렀다. 그러나 오포우테레 비치에서 이미 가장 멋진 풍경을 보고 온 우리의 눈을 사로잡을만한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저녁 7시 무렵, 오클랜드의 우리 집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는 우리의 신발과 옷의 주머니에서 모래 한 줌이 떨어져 내렸다. 아마도 그 모래들은 우리가 2박 3일 동안 누볐던 코로만델 반도의 곳곳에서 조금씩 묻어온 것이리라. 그러나 나는 그것이 오포우테레 비치의 모래라고 믿기로 했다. 아쉬워하면서 떠난 우리를 위하여 야생의 바닷가가 우리의 신발 속에, 옷의 주머니 속에 우리 몰래 넣어준 선물이라고.
덧붙이는 글 | 2004년 9월에 다녀온 코로만델 반도 여행기를 이번 일곱번째 이야기로 매듭을 짓습니다. 이어지는 뉴질랜드 여행기는 2005년 10월 초에 다녀온 뉴질랜드 북섬의 동남쪽 해안지역 이야기로 만나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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