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그림이 있는 섬 '사도'

[전남 여수시 사도 ④] 톳 비빔밥

등록 2007.05.31 13:38수정 2007.05.3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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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여행의 설레임을 안고 전남 여수시 사도로 향합니다.
배를 타고 여행의 설레임을 안고 전남 여수시 사도로 향합니다.임현철
섬으로 여행할 때, 제일 불편한 것은 물론 교통이지만 물·화장실·먹을거리 등도 만만찮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내는 게 제일 속 편합니다. 불편한 게 섬의 맛이겠지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공룡발자국 화석이 많은 '사도(沙島)'도 대개의 섬처럼 물이 귀합니다. 하여, 물을 여수에서 배로 실어다 먹습니다. 처마에는 물받이 시설, 지붕에는 물탱크가 필수입니다. 연유로 인심이 넉넉한 편이지만 물 인심만은 썩 좋지 않습니다.


마을 뒤쪽의 산책길을 걷습니다. 깎아지른 벼랑 위의 오솔길. 주변 바다와 다도해의 풍광이 그림처럼 다가옵니다. 새소리와 머리를 스쳐 가슴을 돌고 돌아 나가는 맑은 바람이 감미로운 음악 같습니다. 주위 경치가 콧노래를 흥얼거리지 않으면 멋없는 사람처럼 보일 성싶습니다.

이런 풍광의 오솔길.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제법 풀이 자라 인위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감추고 있지만 인공적으로 돌을 깔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역시 자연스러움이 좋긴 좋나 봅니다. 군데군데 야생화도 보입니다. 그 중 자생 야생화 '털머위'도 보입니다.

손을 댔으면 차라리 이런 자생 야생화 군락도 만들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털머위는 뿌리가 토란 같이 수분을 머금는 기능이 뛰어나고 겨울에 꽃을 피웁니다. 섬에 귀한 물도 머금고, 겨울 바다, 그리고 섬을 찾는 이들에게 인상적인 그림일 텐데….

공룡의 섬, 전남 여수시 사도.
공룡의 섬, 전남 여수시 사도.임현철
사도의 물받이 시설과 물탱크.
사도의 물받이 시설과 물탱크.임현철
이왕지사 말이 나왔으니 인공적 요소를 줄이기 위한 지혜를 빌려볼까 합니다. 언젠가 이런 소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집 정원을 만들기 위해 소나무 등을 심었는데 그 주위로 돌들을 놓고 보니 새돌이라 볼품이 없어. 돌들에게서 뿜어 나오는 세월의 흔적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방법이 무엇일까, 궁리해도 방법이 없더라고.


어느 날, 시골 구멍가게에 들렀더니, 동네 할아버지들께서 막걸리를 드시고 계시는 거라. 막걸리를 받아주는데 '아이구, 고마워라' 하시며, 기어코 '한 잔 해라' 권하시는 거라. 그래,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이야기를 하게 됐지.

그러다 정원 돌 이야기가 나온 거라. 그랬더니 할아버지 왈, '막걸리를 갖다 부어. 그러믄 금방 색이 바랜, 세월 맛이 나는 돌로 변헐거여' 하드란 말이시. 말씀대로 해봤더니, 아 글쎄, 돌 색이 바래는 거라. 몇 푼 안 드는 막걸리 대접하고, 어르신들의 삶의 지혜를 얻은 거지. 그래서 돌들이 이리 오래된 것처럼 폼 나잖아!"



그 소릴 들을 당시, 무릎을 턱∼ 하니 치고, '고거시 그러네' 했었지요. 마음보를 잘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런 지혜도 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인공적으로 만들더라도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어찌하면 즐거울까' 좀 더 머릴 짜면 좋겠는데….

사도 마을 뒤 산책로.
사도 마을 뒤 산책로.임현철
고흥 우주센터에서 우주선 발사하는 모습 감상하기에 제격인 곳입니다.
고흥 우주센터에서 우주선 발사하는 모습 감상하기에 제격인 곳입니다.임현철
각설하고, 오솔길 산책로에 오롯한 벤치가 있습니다. 건너편으로 우주발사기지 건설현장인 고흥 외나라도가 한눈에 보입니다. 이곳에서 약 10㎞ 거리입니다. 우주선 발사 시 구경하기로는 '딱'입니다.

안내하던 이가 "이 자리가 특석이네, 그때 가면 얼마짜리 자리입네. 어서어서 예약을 하세요. 자리가 몇 자리 없습니다" 합니다.

몇 년 후, 현실로 나타날 과거와 미래의 역사적 조우, 태고의 신비가 존재하는 공룡과 첨단과학의 총아 우주선과의 만남. 사도의 공룡 허리에 올라앉아 나로도의 우주선 발사 현장을 바라보는, 그 감동을 상상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일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주선이 발사되는 현장 접근은 어려울 테고, 보다 적은 비용으로 풍광 예쁜 한적한 섬에서 발사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지요.

또 한 가지. 외국에 나갔다 들어오면 몇 개국을 갔다 왔니 자랑을 늘어놓는 것처럼 섬과 섬들이 연결되어 있는 사도는 중도, 증도, 장사도와 연결되어 몇 개 섬을 다녀왔다고 말하기에 제격입니다.

사방이 바다인 사도는 어느 곳이나 수영이 가능합니다. 특히 양쪽으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양면해수욕장에서는 이국적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푸른 물결, 백사장, 온통 바다, 그리고 추억은 아마 '괌' 정도이지 싶습니다.

우리나라 유일의 사도 양안해수욕장.
우리나라 유일의 사도 양안해수욕장.임현철
이국 정취의 사도는 보고 쑥 지나가면 알 수가 없습니다. 안내를 받아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이국 정취의 사도는 보고 쑥 지나가면 알 수가 없습니다. 안내를 받아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임현철
전남 여수에서 한나절 코스인 사도는 가져간 김밥을 먹고 오는 게 다반사여서 현지 식을 먹은 기억은 없습니다. 최근, 마을에 들어선 전통한옥에서 사도 현지 식을 먹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청각, 미역, 톳, 고동무침, 열무김치 등의 톳 비빔밥. '아, 이거 잘했다' 싶습니다.

전통한옥으로 지어진 펜션에서 제공하는 특식(?)입니다. 이곳에서 나는 미역, 톳 등을 밥에 넣고 초장에 비벼, 홍합 넣은 미역국을 덤으로 먹습니다. 관광객들 불편하지 않게 화장실과 샤워시설까지 방에 갖췄습니다. 이렇게 사도는 가족휴양지의 조건을 하나하나 갖춰가고 있습니다.

스물세 가구가 사는 단출한 사도의 전임 이장이었던 장기관(70)씨가 펜션 주인입니다. 그는 "전통한옥을 짓는데 힘들었다"면서 "바다 운송비가 있어 육지보다 비싸게 집을 지었지만 전남도와 여수시 보조 덕에 그나마 수월했다" 합니다. 나이 칠십에 도전하는 용기가 멋있어 보입니다.

장기관씨는 한 마디 덧붙입니다. "이왕 올라믄 여기 사도로 쫌 많이 오시오."

한옥 팬션을 설명 중인 장기관 씨.
한옥 팬션을 설명 중인 장기관 씨.임현철
사도의 해초를 재료로 한 '톳 비빔밥'
사도의 해초를 재료로 한 '톳 비빔밥'임현철
사도해수욕장.
사도해수욕장.임현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와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BS U포터와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도 #전남 여수 #공룡화석지 #우주발사대 #양만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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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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