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지를 작성하기 전,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기신 할아버지.김정혜
자식에 대한 부모 사랑은 애달픔에 늘 가슴이 짠하고, 부모에 대한 자식 사랑은 죄스러움에 늘 숯검정이 되는 것. 결국 천륜이라는 것은 애달픔과 죄스러움 사이에 아주 깊이 뿌리박힌 사랑의 옹이 같은 것은 아닐까 싶다.
5월25일 오전 10시 '김포시노인복지회관'. 1층 로비에서부터 4층 어울마당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여가를 즐기고 계시는 어르신들 한 분 한 분께 설문지를 내밀었다. 그런데 설문을 시작하기 전, 한결 같은 질문 하나. 바로 '자식들에게 피해가 가는 건 아니지?'였다. 그 물음에 왜 그리 가슴이 짠해지던지….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거란 다짐 하에 드디어 설문이 시작되었다.
"할아버지. 성함은 안 적으셔도 되는데 연세는 좀 적어 주시겠어요."
대 여섯 번 그 말을 되풀이 하면서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설문에 응하시는 대다수의 어르신이 70대이다. 그럼에도 아주 정정한 모습이다. '고령화 사회'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더는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어르신들한테는 그 정정하다는 표현조차 조심스럽다.
"시켜만 주면 뭐든 할 수 있는데…. 도대체가 우리 같은 늙은이는 할일이 없어. 그러니 매일 밥만 축내고 있는 거지. 그러니 그 정정하다는 소리가 어떨 땐 욕으로 들려."
먼저,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라는 첫 번째 문항이다. 이 문항은 핵가족이라는 요즘의 가족 형태에 대해 어르신들의 의중을 알아보고자 하는 문항이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부부가(혼자)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번호에 동그라미를 치신다. 이는 자식들과 함께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이야기도 된다. 어르신들께 그 이유를 물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