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과 부엌 사이에 벽난로를 만들었다. 군고구마 구워먹을 생각에 행복하다고.한지숙
그동안 심 아저씨가 생활해 온 집은 '컨텔(컨테이너하우스)'이다. 두 칸으로 나뉜 9평을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는데 하나는 안방, 다른 하나는 서재 겸 기도실로 꾸몄다. 컨테이너를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려면 내외장의 마감처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심 아저씨의 컨텔도 새 집을 짓기 전까지의 사용이 목적이었으므로 한여름의 더위와 한겨울의 추위를 고스란히 떠안고 지내야 했다. 벽에 판자를 덧대고 황토칠을 해 분위기는 그럴싸했지만 추위와 더위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겨울이면 기름값 무서워 창원에서 가족이 오거나 손님이 왔을 때, 샤워할 때만 겨우 돌리던 보일러를, 내가 건너가면 은근하게 틀어주고 선풍기형 히터까지 돌려주시는 분. 마당에서 키우는 토종닭이라도 잡거나, 친척이 다녀가며 먹을거리가 풍성하거나, 바깥일 하러 나가 용돈 거하게 생긴 날이면 어김없이 양 아저씨와 나를 불러들여 소주 한 잔 나누며 하루를 마감하는 분. 많이 먹어라, 시골 살려면 무조건 든든히 먹어야 한다, 밥심(힘)이 최고다, 늘 웃어라, 한숨 쉬지 마라… 안주 삼아 귓가를 맴도는 심 아저씨의 잔소리는, 마음의 그늘이 풀리지 않아 한숨 폭폭 내쉬는 내게 청량제에 보약이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