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학교 수업을 구경하고 왔습니다"

[참관기] 여수 안심초등학교, 전학년 대상 학부모 공개수업

등록 2007.05.29 19:42수정 2007.05.3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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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안심초등학교 전체 공개수업 중 아이들의 답을 구하는 2학년 선생님.
전남 여수시 안심초등학교 전체 공개수업 중 아이들의 답을 구하는 2학년 선생님.임현철
지난 26일, 아이 편에 학교로부터 초대장(?)이 날아왔습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즐거운 학교, 신뢰받는 학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 새롭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며, 실력 있는 어린이로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의 모습을 직접 보실 수 있도록 수업을 공개하오니 참여 바랍니다. 공개수업 대상, 학부모 전체, 34학급 34명 교사 전체, 각 반 교실에서 5월 29일 오전 11시∼11시 40분."

29일, 학교로 향했습니다. 운동회 등을 제외하고 평상시 보기 어려운 학부모들 행렬이 줄을 잇고 있었습니다. '내 아이는 어떻게 수업을 받는지, 잘 받는지 등을 보러 가는구나' 생각에 웃음이 배시시 흘러나옵니다. 기대에 찬 얼굴입니다.

채경석 교장 선생님은 "내 자녀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아, 이렇구나' 알면 자녀교육에 많은 보탬이 될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 앞에서 수업하면 떨리지만 한두 번 하다 보면 선생님들도 자신감이 생겨 발전하게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학교로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학부모들

공개수업을 보러오는 학부모들.
공개수업을 보러오는 학부모들.임현철
고영란 학교운영위원장은 "보통 공개수업은 잘하시는 선생님 위주로 하는데 그 틀을 깬 것"이라면서 "학교 전체 공개수업은 선생님들이 학부모에게 수준을 평가받는 기분이어서 하기 힘든 일"이라며 힘주어 말합니다.

교실을 둘러보니 많게는 30명, 적게는 4명의 학부모가 수업을 보고 있습니다. 고학년보다 저학년 학부모의 관심도가 높습니다. 복도에서 머리를 쏘∼옥 내밀고 보기도 하고, 밖에서 전화를 받기도 하고, 아이들의 웃음에 함께 따라 웃기도 합니다.

아이를 업거나 안은 부모, 우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 엄마 따라와 형과 누나 수업을 보는 동생,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교실을 찾는 아빠, 빙긋이 웃으며 대견해 하는 아빠 등 다양한 모습입니다. 과목도 영어, 수학, 국어, 사회, 도덕, 음악, 언어치료 등 다양합니다. 1학년 3반 교실에 자리를 잡고 수업을 들어봅니다.


교실이 비좁아 복도에서 수업을 보고 있습니다.
교실이 비좁아 복도에서 수업을 보고 있습니다.임현철
"…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와 화성을 가는데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데리고 갑니다. 자 소중한 것을 적은 종이를 손으로 주우세요. 누구랑 갈까요?"

학생들이 엄마, 아빠, 할머니, 언니, 누나, 동생, 컴퓨터, 텔레비전… 등을 적은 종이를 선택해 손에 쥡니다.


"달나라와 화성에 가는 도중 우주선에 이상이 생겨 하나씩 소중한 것을 버려야 합니다. 자 무엇을 버릴까요?"

컴퓨터, 텔레비전, 동생, 언니, 할머니…. 등을 버립니다. 아이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많은 아이들 손에 결국 엄마와 아빠를 쓴 종이가 남습니다.

"우주선에 기름이 없어 소중한 것 하나를 또 버려야 합니다. 자 버리세요."

웅성웅성, 아이들 고민입니다. 지켜보던 어느 엄마, "이제 큰일났네" 합니다. 엄마들 속으로 '아이가 아빠보다 엄마를 먼저 버리면 안 되는데 어쩌지…' 안절부절 합니다. 대부분 아빠를 버렸습니다. "휴∼우" 안도의 한숨입니다. 엄마가 더 소중한가 봅니다.

"우주선에 불이 났습니다. 이제 누구를 버릴까요? … 무엇을 버렸나요?"
"엄마를 버렸어요!"

"아, 엄마를 버렸어∼요. 소중한 것을 버리고 나니까 마음이 어때요?"
"눈물이 나오려고 해요. 속상해요."

"그럼, 우리가 소중한 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죠?"
"네."

1학년 3반의 소중함 알기 수업입니다.
1학년 3반의 소중함 알기 수업입니다.임현철
차례차례 소중한 것들을 버리고 있습니다.
차례차례 소중한 것들을 버리고 있습니다.임현철
엄마들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입니다. 긴장하고 경직된 얼굴에서 '아, 아이가 이렇게 배우고 있구나' 안심하는 표정입니다. 그리고 얼굴이 환해집니다. 나오는 학부형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동문 "수업하는 걸 보니 제가 1학년이 된 것 같다. 선생님이 질문할 때면 대답이 튀어나오려고 했다. 기분도 좋고,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 수업받던 생각도 났다. 에어컨도 있고 많이 변했는데 과거와 똑같은 건 교실 뒤에 그림 전시 게시판 있는 것 하나인 것 같다."

곽경아 "아이가 이렇게 배우고 있구나."

○○○ "너무 앞쪽에 앉은 아이들만 집중하고 뒤에있는 아이들은 산만해서 속상했다. 아이가 앞에 앉는 엄마는 뒤에 앉는 엄마들의 마음을 모른다. 전체적으로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경연 "학년과 수업 과목을 분리해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둘이다 보니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해 정신이 없었다."

○○○ "리코더, 멜로디언을 부는 음악수업을 보고 피아노 학원 다닌지가 얼마인데 그리 못 부는가 싶기도 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표정이 밝습니다.임현철
5학년 공개수업 모습입니다.
5학년 공개수업 모습입니다.임현철
4학년 3반 이주화 학생은 공개수업에 대해 "그냥 재미있었다. 엄마가 나를 보고 웃는 게 좋았다"면서 "다른 때 수업하는 거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공개수업하면 보통 듣는 소립니다. 말하던 아이의 표정을 보았다면 아마 이 소리에 수긍할 것입니다.

이왕지사 학교에 온 김에 낮 12시 학교 급식실로 갔습니다.. 정영희 교감 선생님은 "처음 있는 일이고, 홍보도 부족해 반별로 10명쯤 예상했는데, 예상외로 20명 내외의 학부모들이 오셨다"고 말하십니다. 아이들, 맛있게도 냠냠합니다.

어쨌든 획기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엄마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녁에 아이를 꼭 안아줄 부모, 부모를 꼭 안아줄 아이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공감이겠지요.

연구부장 이성희 선생님 인터뷰

 이성희 연구부장.
이성희 연구부장.임현철
- 전 학년 공개수업을 한 이유는?
"올해 교육 협력체 강화사업으로 여수교육청에서 권해서 하게 됐습니다." (헉, 이런 게 아닌데…. 의외의 대답이다.)

- 안내문을 보낸 후 학부모의 반응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습니다. 순기능은 '학생들 비교되게 이런 걸 한다'는 쪽과 '우리 아이 자랑스럽고 대견한 모습 봐야지' 하는 쪽으로 나뉩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일로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 학교 전체 공개수업에 대한 선생님 반응은?
"부담이 많았습니다. 100% 찬성은 있을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간간이 잘하는 선생님만 하지 왜 전체가 하냐고, 하고 싶지 않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너무 솔직했나요? 부담 없이 평상시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실력 있는 분들이라서 (공개수업을) 하기가 쉬웠습니다."

- 수업계획안은 어떻게 짰나요?
"장학지도 형식일 때 계획안은 하나하나 예상하고 세밀하고 치밀하게 세워야 합니다. 이 자체가 선생님들에겐 부담입니다. 그래서 교육계획안도 평상시처럼 하던 대로 짰습니다."

학부모들의 관심 대단합니다.
학부모들의 관심 대단합니다.임현철
공개수업인데도 엿보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그동안 학교는 가정과 너무 멀리 떨어진 공간은 아니었는지...
공개수업인데도 엿보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그동안 학교는 가정과 너무 멀리 떨어진 공간은 아니었는지...임현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와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BS U포터와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개수업 #내 아이 #안심초등학교 #전남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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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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