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의 문화유산 보고, 시민 품으로...

안양시, (주)유유 안양공장 238억에 매입 확정... 미술·박물관으로 활용할 계획

등록 2007.05.29 14:52수정 2007.05.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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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석수동에 자리한 (주)유유 안양공장 전경 ⓒ 최병렬

경기도 안양시가 문화재와 근대건축물 보존을 목적으로 지난해 7월 21일 시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의견을 조율해 왔던 안양예술공원 입구에 자리한 부지 4913평, 건축물 19동이 포함된 (주)유유 안양공장을 3년 분할방식으로 238억원에 매입하기로 확정했다.

(주)유유는 28일자 공시를 통해 안양공장부지 및 건물을 238억원에 안양시에 매각하기로 했으며, 6월 11일 80억원을 받고 내년 6월과 2009년 6월 각각 80억원을 수령키로 했다고 밝혔다. 유유는 이를 차입금 상환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산양수도신고서에 따르면 (주)유유가 2007년 5월 28일을 기준일로 하여 안양시로부터(에) 토지 및 건물 자산을 238억2265만9000원(부가가치세 제외)에 양수(양도)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자산양수도 기준일은 2007년 6월 11일이다.

유유 공장 감정평가(공시지가의 136.3%) 금액은 토지 219억2천만원(평당 446만2천원), 건물 20억8천만원(평당 88만5천원) 등 총 240억1200만원 상당으로 안양시의 재정상 일시 지불의 어려움으로 회사 측과 협의를 통해 3년 분할상환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시가 양수하는 (주)유유 안양공장은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212-41번지 등 5필지로 본사 구 공장 토지(1만6243㎡) 및 건물(7753.83㎡)로 안양시의회는 지난해 12월 18일 본회의 2007년 예산안 심의에서 시 집행부가 상정한 유유공장 1차(3년 분할매입) 매입비용 93억5200만원이 통과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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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전 작가의 조각 작품이 설치된 건축가 김중업씨 설계 공장 ⓒ 최병렬

유유 안양공장은 보물급 문화재와 기념비적 건축물이며, 많은 매장문화재가 출토될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명소로 조성된 안양예술공원 입구에 있다. 인근에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어 부지 및 건물 매입이 필요하다는 여론과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특히 지난해 (주)유유 측이 연구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생산시설을 충북 제천 산업단지로 이전하고 안양시에 공장 부지 및 건물 매각의사를 전달해 왔다. 그러자 같은해 7월 21일 시의원과 전문가 증 20여 명이 현장을 방문하고 보존 및 매입을 위한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주)유유 안양공장 매각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정엽 총무이사는 현장방문 안내를 하면서 "현재 3∼4개 (건설)업체에서 200∼300억 사이에서 매입을 제안해오고 있다"며 "시가 비슷한 가격을 제시한다면 매각할 의사가 있다"고 전하면서 일시불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전문가들은 유적 발굴 가능성과 세계적인 건축가인 고(故)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공장건물은 기념비적인 근대건축물로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건축 당시 원형이 대부분 보존돼 있어 향후 박물관 및 미술관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날 현장 방문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성연대 명문이 새겨져 국보급으로 여겨졌던 '중초사지 당간지주'가 보물로 지정됐고, 인근에 있는 국내 유일의 마애종이 도(道)유형문화재로 평가받고 있으나 '보물'로 격상을 시도할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문화유산의 보고, (주)유유 안양공장
마당에는 '보물급 문화재' 건물은 '건축가 김중업씨 산업 건축물'

▲ 공장내 자리한 보물 제4호 중초사지당간지주 등 문화재
ⓒ최병렬

(주)유유 안양공장(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212)이 자리한 곳은 당초 '중초사지' 절터 자리로 1941년 순수 민족자본으로 제약회사를 설립했다. 유유 창립자인 유득한씨가 6·25전쟁 이후 매입하여 1959년 5월 안양공장을 건립하여 48여 년간 운영한 제약회사다.

㈜유유 안양공장에 자리한 사무동과 공장동 건물은 한국의 손꼽히는 건축가 김중업(金重業, 1922∼1988)의 초기작품이자 50년대를 대표하는 산업건축물로 어려운 시대에 공장에 예술을 가미해 건축했다는 것은 높은 안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사무동 지붕은 역보로 되어 있고 생산동은 캔트리버로 형성 삼성천의 시야를 확보하고자 하는 디자인 요소가 가미된 건축학적으로 의미있는 건물이다. 공장입구에 자리한 2층 원형으로 된 수위실 역시 독특한 형태로 문화유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평이다.

또 공장동 2층 양측코너에는 모자상 파이오니아 조각상이 각각 배치되어 있는데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는 조각가 박종배씨의 작품으로 대문장식, 철창 등이 쌍Y자를 모티브로 한 일관된 장식으로 현재 당시의 모습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주)유유 안양공장은 신라 흥덕왕때 건립됐던 중초사(中初寺) 터로 통일신라시대의 유물로서 유일하게 조성년대(造成年代) 명문이 새겨진 보물 제4호 중초사지당간지주와 고려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유형문화재 제164호인 중초사지삼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당간지주란 부처와 보살의 공덕과 위신을 기리는 불교 용구인 당(일종의 깃발)을 달기 위한 당간(깃대)을 고정해 주는 두 개의 지주대로 주로 절의 입구에 세워져 있다는 점에서 공장 건물을 제외한 부지를 발굴할 경우 절터의 흔적이 출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주)유유 안양공장 건설 당시 유적조사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청동용두와 사자향로발 등 유물들이 발굴된 바 있어 추가 발굴에 따른 유물 출토뿐 아니라 문헌상의 안양사가 그 실체를 드러낼 가능성도 점치게 하고 있는 등 숨겨진 역사의 보물창고이다.

안양시 문화재 전문위원인 김지석씨는 "공장 뒷편의 잔디운동장을 발굴할 경우 문화재들이 출토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숨겨진 안양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고 재조명하는 계기는 물론 잃어버린 과거의 흔적이 새로운 문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최병렬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양 #유유 #문화재 #중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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