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앞 충북선을 달리는 기차변종만
그중에서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작은 소래울'은 마을 앞에 충북선이 놓여 있어 수시로 기차가 지나간다. 중부고속도가 충북선을 가로지르며 지나가 꼬리를 무는 차량의 행렬도 바라본다. 시간만 되면 청주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마을 위에서 하늘 높이 비상한다. 그렇다고 생활이 편리할 만큼 역, I.C, 공항과 거리가 가까운 것도 아니어서 모든 것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순진한 내 고향 사람들은 잇속과도 거리가 멀다. 복선으로 놓인 철길에서 여러 번 사고가 났고, 고속도로가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덥고,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TV 시청을 방해하니 불평불만을 일삼을 만한데 고향마을에서는 그런 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청주시에서 인근에 쓰레기장을 건립할 때도 훗날 그것 때문에 불편이 많을 것임을 알면서도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 잇속 하나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고향 사람들이 정당한 권리주장이 너무 과하면 집단이기주의로 변질될까 걱정한 것도 아니다. 그냥 착해서 정부시책대로 따랐을 뿐이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의 봄은 여전히 옛것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흙벽돌이 드러난 벽, 누릇누릇 익어가고 있는 보리, 별 모양을 닮은 예쁜 꽃을 매달고 있는 감자, 열심히 풀을 뜯고 있는 소가 고향에 있었다. 옛 추억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것들을 보니 이곳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