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미니 공연무대정읍시민신문
그저 작은 놀이터이겠거니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다. 폐품들이 할아버지의 손을 거쳐 완성 된 작품들은 그 자체로 '전시회'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그 규모도 제법 커서 공원 안에 커다란 연못이 있고 그 연못을 건너기 위한 10여 미터의 다리도 놓여있었다. 다리 왼편에 솟은 커다란 성 모양의 풍차에선 자전거 바퀴에 붙은 밥그릇들이 돌아가며 물줄기를 때려 장관을 연출했다. 할아버지는 서비스(?) 차원에서 신나는 음악까지 틀어줬다. 음악을 들으며 눈을 돌리니 아이들이 오면 탈 수 있도록 직접 만든 나무배가 동동 떠있었다.
"이 일을 91년부터 시작혔으니 벌써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요. 전기고 음향이고 죄다 혼자 작업한 겁니다. 어찌 생각하믄 제 수행이라고 할 수도 있겄네요. 허허."
할아버지의 작품 하나하나에 감탄을 연발하던 중 너무 깜찍해 걸음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게 있었다. 바로 마이크와 기타, 각종 소품들로 꾸며진 '미니 공연무대'
한 번은 한 아이가 무대에 있던 하모니카가 탐이 났던지 가지고 가버렸다. 얼마 되지 않는 것인데 그 아이의 인생에 상처 될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김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전화를 해서 "아무개야 하모니카를 어디다 두었냐, 의자 밑이더냐, 화분 옆이냐? 니가 한번 찾아봐라" 넌지시 이야기 했더니 "내일 가서 찾아 드릴게요" 하더니, 다음날 와서 슬그머니 놓고 가더란다.
"'아, 의자 밑에서 찾았다냐' 그러면 아이가 흐뭇하게 생각하고 다음에 또 놀러오더라고."
사실 무대보다는 그 앞에 관중석이랍시고 옹기종기 놓여있는 아기자기한 나무 의자들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너무 작고 앙증맞은 의자들에서 느껴지는 어린 시절 추억은 그 위에 앉아있는 김 할아버지의 순수함과 무척 닮아있었다.
힘들었던 과거를 잊게 해준 노로공원
"조물주가 저한티 만드는 소질을 준 것 같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