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가 뒷산 숲에서 멧새들을 바라보고 있다.박도
초등학교에 입학한 얼마 뒤 학교 앞 노점에서 병아리를 사 와 자기 방에다 라면박스로 둥지를 만들어 길렀다. 그 뒤 어느 날 아침, 녀석의 서러운 울음소리에 놀라 우리 내외가 방문을 열자 일주일여 정성 들여 키우던 병아리가 소리도 없이 누워 있었다. 그 놈을 내려다 보면서 눈자위가 붓도록 울고 있는 그 녀석을 두고 애는 애다고, 나중에 제 부모 죽으면 그리 섧게 울겠느냐고, 우리 내외는 말을 주고 받았다. 그 녀석은 아침도 먹지 않은 채 삽을 들고 가서 집 뒷산인 북한산 기슭에다 아주 정성껏 죽은 병아리를 묻어주었다.
아들이 데려온 고양이는 '러시아 블루'라는 혈통으로, 여간 정갈하고 성격이 고약한 놈이 아니다. 여간해서 제 마음은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먹이는 제 먹던 사료만 먹고, 용변도 꼭 제 화장실에서만 보고, 하루 종일 틈만 나면 제 몸단장을 하는 아주 깨끔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 놈은 조그마한 틈만 있으면 밖으로 나가려고 몸부림이었다. 어쩌다 방심한 사이 이 놈을 놓치고는 다시 잡아들인다고 여간 속을 썩이지 않았다.
아무튼 이 놈 때문에 한여름에도 문도 열지 못하고 지냈고, 이 놈이 수시로 창문이나 나들문 곁 벽지를 찢어놓은 바람에 아내는 창호지, 풀비, 풀그릇을 늘 곁에 두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