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경
쪽동백, 부를수록 살가운 이름입니다. 지금 북한강 상류 깊은 산 계곡엔 쪽동백이 피어나 하얀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서 보듯 꽃물이 다소곳하고 씨가 작아 '쪽'이란 이름이 붙었답니다.
엊그제 내린 비로 푸른 숲은 더욱 파래 쥐어짜면 파란 물이 죽죽 흘러내릴 것만 같고, 콸콸 쏟아지는 개울물 소리는 듣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쪽동백 가지마다 꽃망울이 졸망졸망 매달려 하얀 구슬을 꿰놓은 듯 달랑거립니다. 며칠 전 초파일 절집에서 본 연등만큼이나 숲 속을 환히 밝히고 있습니다.
쪽동백은 꽃망울 수만큼이나 많은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계곡 주변에 살기 때문에 '계곡림', 열매로 머릿기름을 짜내면 '산아주까리', 잎이 넓어 '넙죽이 나무', 동백기름보다 값이 싸 '개동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기름을 짜 머릿기름으로 바르기도 하고, 비누와 향료는 머릿속 서캐와 재래변소를 소독하기도 합니다.
꽃 몽우리가 피어날 땐 방울 소리가 들린다고 하여 '옥령화(玉鈴花)'라 부릅니다.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행여 구슬소리가 나나 귀를 기우려 봐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은은한 향기가 솟아 코끝을 스쳐갑니다. 이맘때 꽃이 다 그렇듯 숲 속에 파묻힌 꽃물 속으로 벌 나비를 불러들이자면 특이한 냄새로 유혹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