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연출자 장소익(선 이)씨와 각색자 임은혜씨.오마이뉴스 천호영
연극 <체 게바라>의 원작자는 황지수씨. 그는 중국 베이징 사회과학원에서 발간하는 잡지 <사회과학>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베이징으로 건너가 황씨를 만나 "흔쾌히 응낙을 받았다". 다음으로 "평전으로만 아는 게바라를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 남미를 직접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돈이 없어 공연을 준비했다. 2년이 걸렸다. 마침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공연과 워크숍을 하며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페루·볼리비아 쿠바 등 남미 6개국을 돌았다. 게바라가 안치된 곳, 박물관 등을 보고 문화운동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쿠바에서 게바라의 위치, 남미의 전반적인 운동에 대해 새롭게 느끼게 됐다."
그는 특히 그 가운데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르헨티나 5월 광장 어머니들을 직접 만나보고 느낀 건 '기억'이란 문제였다. 그들은 80년대 학살주범 가운데 딱 1명을 기소해 무기선고를 받게 했고, 우리가 갔을 때 또 1명을 기소한 상태였다. 30년 가량을 5월 광장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침묵시위를 해왔다. 아흔 되신 할머니가 목발을 짚고 여전히 도신다. 우리는 4ㆍ3도 잊고, 광주도 벌써 잊었고, 민주화운동은 거의 돈으로 정리가 되고 있지 않나. 남미 운동의 중심을 잡아 주고 있는 것은 바로 '잊지 말자', 기억이었다."
그는 연극 <체 게바라>도 "사실 혁명 얘기라기보다는 혁명을 둘러싼 것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을 주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혁명'에 대해서도 "단지 정치사회적인 혁명이 아니라 좀더 포괄적인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혁명을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체 게바라가 꿈꾸었던 근원으로 돌아가는 혁명, 모든 존재를 품는 혁명, 부드러움에서 나오는 혁명, 하나의 씨앗이 죽어서 열매가 되기까지의 혁명…. 그리고 그가 남미에서 찾아낸 또 하나의 코드는 '낭만'이었다. 이번 연극에도 '낭만제의'란 이름을 붙였다.
"체 게바라는 게릴라전 한복판에서도 책을 읽고, 사진도 찍고 그랬다. 남미에서 느낀 것도 낭만이었다. 또 평소 관심 있던 우리 별신굿의 구성원리를 이번 작품에 적용했다. 단지 보여주는 게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 술도 나누고 춤도 추며 놀려고 한다. 이번 작품은 체 게바라를 빌미로 벌이는 한판의 별신굿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럼 체 게바라의 삶이 오늘날 갖는 의미는?
"나로선, 게바라의 삶을 보면, 사람이 태어나서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영감을 주는 것 같다."
삼바·탱고가 흐르는 별신굿... 쿠바는 광주이고 새만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