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현충사 입구 은행나무 가로수길김동율
석가탄신일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약간 흥분했다. 건설현장에 근무하는 나 같은 사람은 보통 주 중간에 낀 휴일은 무시해 버린다. 이날도 당연히 출근하지만 비가 오면 현장 근로자들이 작업을 못하니 사무실에 있어도 마음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아침부터 꽤 많은 비가 내릴 거라고 했던 그 아침에 햇볕이 쨍하고 나는 상쾌한 날씨를 맞이하고 보니 예보가 빗나가서 기상청 사람들은 우울하겠지만 내 기분은 상쾌하다. 오후가 되니 그제야 일기예보가 기억난 듯이 하늘에서 빗방울이 후두두 떨어진다.
어디론가 달아나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그냥 달려간다. 은행나무 가로수 터널 속으로. 자동차 세차기가 유리창의 물방울을 불어내듯이 빗방울이 차창에 잠시라도 머물지 못하도록 바람을 마주치며 시계추 같은 일상에서 벗어난다. 쾌속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