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다면, 루이즈를 찾으세요!

세오 마이코의 <럭키 걸>

등록 2007.05.25 10:45수정 2007.05.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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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걸>겉표지
<럭키 걸>겉표지비채
<럭키 걸>의 주인공 루이즈는 영리하다. 점성술사가 직업인 그녀는 점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그것은 바로 등 떠밀리고 싶다는 것이다. 무슨 뜻일까?

점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대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요즘 내 몸이 아픈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관심을 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따위를 묻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루이즈는 갈팡질팡하는 그들의 마음을 향해 더도 말도, 덜도 말고 그렇고 그런 뻔한 말만 한다. 잘 먹고 푹 쉬어라, 용기를 갖고 행동해라, 남자의 관심을 끌려면 변화를 줘라, 하는 말로 해결책 아닌 해결책을 주는 것이다.

이런 것이 아니라면 '눈칫밥'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가령 손님이 A마을과 B마을 중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 마을에서 들려오는 풍문이나 광고지에 있는 이벤트 소식 등을 통해 답을 알려준다. 물론 점성술사답게 수호성을 이야기하기는 하는데, 어쨌거나 사이비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럭키 걸>은 루이즈가 겪은 네 가지의 큰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건들의 면모도 루이즈의 점성술만큼이나 황당하다. 첫 번째는 엄마와 아빠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꼬마 손님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루이즈는 한눈에 꼬마의 부모님이 이혼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화 방향을 그쪽으로 끌고 간다. 하지만 결과는 꽝! 꼬마의 고민은 다른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자존심이 상할 법한 루이즈는 어떻게 대처할까? 꼬마의 집 주변에서 잠복을 하기로 한다. 점성술사 체면 구기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사건은 남자의 관심을 끌고 싶다는 여고생의 부탁에서 시작된다. 루이즈는 옷이나 장식품 색깔을 바꾸고 야구 이야기를 해보라거나 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결과는 실패. 이쯤 되면 여고생이 욕하며 돈을 물어내라고 할 법도 한데 오히려 끈질기게 루이즈를 찾아와 방법을 알려달라고 졸라댄다. 되레 루이즈가 다른 점성술사에게 찾아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오고 만 것이다.


세 번째 사건은 '끝'을 예감할 수 있는 남자 아이의 등장이다. 아이는 놀라운 재주를 갖고 있어 루이즈의 기를 죽이더니 루이즈의 조수가 되고자 한다. 혼자 일하는 것이 편한 루이즈인지라 쫓아내려고 하지만 착한 마음에 결국 받아주고 만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아이가 난데없는 말을 한다. 루이즈에게도 끝이 보인다는 말을 한 것이다. 아이의 신통력을 알고 있던 루이즈이기에 이때부터 난리가 난다.

마지막 사건은 남자 친구의 이직 문제 때문에 벌어진다. 루이즈의 남자 친구는 '강운의 소유자'다. 루이즈가 그걸 알고 점성술을 핑계로 사귀게 됐을 정도다. 그런데 그 남자 친구가 어둠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믿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외면하자니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나온다.


이때도 루이즈는 난리가 난다. 남자 친구의 행운을 위해 공무원인 그에게 오렌지색 셔츠, 상어무늬가 들어간 넥타이 등을 하고 다니라고 권한다. 럭키아이템으로 남자 친구를 보호하는 소동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한눈에 봐도 가볍다. 일본소설답다는 소리가 금방 나온다. 하지만 가벼움과 별도로 재미가 충분하다. 점보다는 직감으로 해결하는 루이즈가 겪는 소동을 작가가 의도적으로 유쾌하고 경쾌하게 묘사했기에 그렇다. 시트콤을 닮았다고 할까? 소설의 장면 하나하나가 그렇게 재기발랄하고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럭키 걸>은 "당신을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드립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100% 모두 믿기는 어려운 말이지만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다.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마련해주기 때문. 이것저것 짜증나는 일이 많은가? 그렇다면 <럭키 걸>의 루이즈를 만나보자. 의외로 등 떠밀리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럭키걸

세오 마이코 지음, 한희선 옮김,
비채, 2007


#세오 마이코 #비채 #럭키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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