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산은 아카시아가 접수한다

등록 2007.05.24 19:56수정 2007.05.2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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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꽃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이렇게 예쁠 줄이야.
아카시아 꽃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이렇게 예쁠 줄이야.송상호
향기가 정말 진하다. 천지가 진동을 한다. 진동하다 못해 향기에 취해버릴 정도다. 산속에 들어가면 마치 향수 병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듯하다. 요즘 우리 마을 뒷산에서 풍겨 나오는 아카시아 향기가 그렇다.


유난히 우리 마을 뒷동산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많이 산다. 그 전엔 이렇게까지 아카시아 나무가 많을 줄 몰랐던 것은 제 철이 아니었기에 나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산속에 들어가면 너무 향기가 진해서 그 향기에 온 정신이 압도될 정도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꿀벌이 참 바쁘다. 아카시아 나무에 가까이 가면 향기도 진동을 하고, 꿀벌이 윙윙거리는 소리 또한 진동을 한다. 꿀벌들이 꿀을 따느라 정신이 없다. 아예 꽃 속에 얼굴을 처박고 한참 꿀을 따고 있다. 마치 꿀단지에 속에 빠진 꿀벌이 그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카시아 꽃을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이렇게 환상적이다.
아카시아 꽃을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이렇게 환상적이다.송상호
그래서 오월의 아카시아나무 옆에 살짝 다가가면 귀와 눈과 코가 모두 즐겁다. 꿀벌의 윙윙거리는 경쾌한 소리, 아카시아 꽃의 우아한 백색 자태와 꿀벌의 신나는 율동 그리고 매혹적인 아카시아 향기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하모니인 게다. 요즘 아카시아 나무에는 더불어 사는 소우주가 열린 게다.

그러고 보니 산에는 달마다 철마다 들꽃과 나무들이 번성하는 시기가 다르다. 흡사 그 옛날 인류의 문명과 제국이 지구별에서 바뀌어 왔던 역사처럼. 그런 의미에서 보면 얼마 전만 해도 진달래의 제국이었는데 이젠 그 제국이 쇠하고 아카시아의 제국이 시작된 것이다. 그야말로 오월의 산은 아카시아들이 접수한 게다.

이래서 나는 산이 좋다. 달마다 철마다 무수한 식물들의 제국을 딱딱 맞춰 갈아 치우는 산과 숲이 가까이 있는 지구별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하늘의 때를 따라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렇게 친절하게도 알려주니 말이다.


꿀벌이 머리를 처박고 꿀 따기에 한창이다. 얼마나 집중을 하는지 바로 옆에서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가 들려도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꿀벌이 머리를 처박고 꿀 따기에 한창이다. 얼마나 집중을 하는지 바로 옆에서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가 들려도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송상호
오늘도 사랑스러운 지구별 한쪽에 자리 잡은 산속에서 아카시아 향기를 진하게 맡고 있으려니 그 옛날 불렀던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아카시아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봄 냄새가 실바람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마치 하얀 포도송이 같다.
아카시아 꽃이 마치 하얀 포도송이 같다.송상호
#아카시아 #송상호 목사 #더아모의 집 #5월 #과수원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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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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