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의 축제속으로! 마임을 만나다

[인터뷰] 춘천마임축제 예술 총감독 유진규

등록 2007.05.24 19:13수정 2007.05.2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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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오전 춘천마임축제 준비가 한창인 2007 춘천마임축제 사무국을 찾았다. 5월 27일 춘천마임축제 공식 개막을 앞두고 사무실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했다.

청바지와 검은색 반팔 차림의 짧은 머리의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마임 공연자들이 항상 지니고 다닌다는 '빨간 코 고무줄'을 목에 걸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우스꽝스럽다. 유진규 춘천마임축제 예술 감독이었다.


춘천마임축제 공식 개막을 앞두고 유진규 감독을 만났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즐겨 365일이 행복해지는 축제 만들어야"

인터뷰 중 웃음을 보이고 있는 유진규 예술감독
인터뷰 중 웃음을 보이고 있는 유진규 예술감독원은정
-마임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마임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마임은 움직이는 것들이 주는 이미지에 관련된 예술이다. 마임의 특징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말을 빼버리면 움직임 밖에 안 남는데, 사람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움직임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이 마임이다."

-이번 춘천마임축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번 춘천마임축제의 주제는 '뉴 서커스'이다. 뉴 서커스를 주제로 이번에는 세계 최정상급 작품들이 상연될 예정이다. 러시아 극단 '데레보(Derevo)'의 '케찰(KETZAL)'이라는 작품은 여태까지 춘천마임축제에서 공연된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에 축제를 기획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춘천시민들과 함께하는 축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춘천시 외곽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중도, 위도, 서면 등을 찾아가 마임을 공연할 예정이다. 내년이 춘천마임축제 20주년이고 사람으로 따지면 벌써 성년이다. 이제 재정부분에서 자립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춘천마임축제가 재정적으로 자립하는 출발점은 춘천시민들의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축제의 주제가 '뉴 서커스'라고 하셨는데, '뉴 서커스'의 의미를 설명해주세요.
"뉴 서커스는 새로운 개념의 서커스 즉, 아트 서커스를 가리킨다. 예술성을 가미시킨 마임과 춤, 퍼포먼스, 뮤지컬 같은 것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마디로 예술성을 지닌 서커스이다. 서커스도 요즘 감각에 맞게 변형 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뉴 서커스이다."


-춘천마임축제는 문화관광부가 지정하는 '우수관광문화축제'에 7년 연속 선정됐고, 2007년에는 '최우수관광문화축제'로 선정되어 이제 우리나라의 대표축제의 하나로 성장했는데요. 그 비결이 뭔가요?
"문화관광부가 지정하는 우수관광문화축제 40개 중에서 39개는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축제들이다. 춘천마임축제만이 순수 민간축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축제들이 대부분 비슷비슷한 축제 아이템을 매년 반복하고 있는 반면 우리 춘천마임축제는 늘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다른 관광축제들은 관광객 동원수가 100만 명이 넘는데, 마임축제는 12만 정도 밖에 안 된다. 관객 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춘천마임축제의 이러한 고유성이 좋은 평가를 받아 국내 대표 축제의 위치에 오른 것 같다."

-유진규 감독님은 고향이 서울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굳이 춘천에 터를 잡고 마임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실 춘천에는 살려고 온 것이다. 마임축제는 춘천에서 처음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첫 회는 서울에서 했는데 춘천이 더 좋다는 의견이 모아져 그 뒤로 춘천에서 마임축제를 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문화가 중앙 집중적이기 때문에 큰 축제들이 다 서울에 몰려있다. 유럽의 경우에는 세계적인 축제들이 지방에서 더 많이 열린다. 예를 들면 칸느 영화제는 인구 5만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서 열린다. 내가 춘천에 살고 있고, 춘천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도시라서 터를 잡고 축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축제에서 유진규 감독님이 직접 공연하는 '어둠은 어둠이다'는 제목부터 독특한데요. 어디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당연히 어둠에서 얻었다(웃음). 누구나 어둠을 경험하게 된다. 처음에는 어둠이 무섭다고 느낀다. 앞에 개가 있다고 하면 개가 보일 때에는 덜 무서운데 깜깜한 어둠을 직면하게 되어 개가 보이지 않으면 더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가?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007 춘천마임축제에서 '중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행사인지 말씀해 주세요.
간단한 마임동작을 취하고 있는 유진규 예술 감독
간단한 마임동작을 취하고 있는 유진규 예술 감독원은정
"중도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고 우연히 중도에 갔다가 계획을 하게 되었다. 중도는 댐이 생기면서 고립된 섬이 되었는데 고대인들이 산 흔적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은 중도의 반이 유원지로 개발되었다. 중도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그냥 농촌 마을이었는데, 강원도가 중도를 개발하면서 주민들 내쫓고 있다. 그래서 현재 주민과 강원도간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요즘 축제라고 하면 의례적으로 먹고 노는 것을 연상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축제는 지역민들이 화합과 갈등해소를 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이런 축제의 정신을 살려서 갈등 요인을 해소하고 앞날을 같이 고민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중도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중도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하지만 8월에는 섬의 대부분이 유원지로 개발되어 모든 주민들이 중도를 떠나야 한다. 중도 프로젝트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춘천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생각도 해보고 화합과 함께 상생하자는 의미를 갖는다."

-개인적인 질문인데 감독님의 헤어스타일은 항상 짧은 머리를 하고 계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보기에 어떤가? (웃음) 70년대 청년들은 모두 머리를 길렀다. 나 역시 80년 중반까지만 해도 장발이었다. 게다가 콧수염까지 있는…. 그리고 소설가 이외수 선생이 장발에 콧수염인데, 둘이 닮아서 사람들이 이외수 선생과 나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보고 이외수냐고 묻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분이 너무 유명하니까 자존심이 상해 머리를 짧게 잘랐다. 처음에는 이렇게 짧진 않았는데 머리를 잘라 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번 짧게 자르니까 점점 더 짧아졌다. 지금은 굉장히 개운하다. 스님들이 단순히 머리만 미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민다고 한다. 거울을 닦듯이 말이다. 머리 자라는 만큼 마음의 티가 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도 비슷한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2007 춘천마임축제에 대해 한 말씀 해주세요.
"우리나라 축제의 문제는 너무 형식적이다. 축제라는 것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남, 현실로부터의 벗어남이다. 축제는 자기가 억누르고 있는 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데 우리나라 축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시간에 맞춰 시작하고 끝나고 먹고 집에 가서 자고 그것은 축제가 아니다. 도깨비 난장, 미친 금요일은 그래서 만든 것이다. 우리가 내세우는 것이 1년에 하루 놀고 1년 동안이 행복해지는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일기예보를 확인한 깨비(춘천마임축제 자원봉사자)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선생님, 일요일에 구름만 낀 답니다."

행사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유진규 예술 감독께 감사드린다. 춘천마임축제의 성공을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윤미 기자, 박효진 기자, 원은정 기자, 임다현 기자, 왕일림 기자가 공동으로 작성한 기사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윤미 기자, 박효진 기자, 원은정 기자, 임다현 기자, 왕일림 기자가 공동으로 작성한 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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