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정부청사 브리핑룸 전경. 참여정부는 기존의 기자실을 없애고 브리핑룸으로 전환하는 1차 기자실 개혁을 단행했지만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언론계가 다시 또 뜨겁다. 정부의 소위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 때문이다. 이제까지 있었던 기자실 운영방식을 바꾼다는 것이다. 정부 각 부처 별로 있었던 기자실(브리핑룸)들을 통폐합해서 세 개의 통합브리핑센터를 운영하고, 대신 전자 브리핑 등 정보 제공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 방안을 접하면서 사실 서글픔이 앞선다. 참여정부는 왜 쇠도 자를 수 있는 보검을 가지고 무조차도 자를 수 없는 썩은 칼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기자실 폐지는 오랜 동안 언론계의 주요한 개혁 과제였다.
그래서 일부 문제점이 있음에도 이 정부가 기자실을 폐지하고 브리핑룸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을 때 시민언론운동단체, 언론 현업단체들이 환영을 한 것이다. 일부 보수 언론이 비판언론 죽이기라고 했을 때 다른 언론들이 나서 변호하기도 했다. 과거 기자실의 폐해를 알기 때문이다.
과거 기자실 폐지에 찬성했던 이유
기자실은 기자들의 취재 편의를 위한 공간이지만 그 공간을 이용하는 기자들이 꾸린 기자단과 결합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았다. 즉 그들만의 폐쇄 공간이 되기도 했다. 새로운 언론의 접근이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기자단을 통해서 기자단 전체가 또는 그 중 일부가 권력과 유착하기도 했다.
유착한 정부 부처의 홍보를 위한 하청기관 역할도 하고, 기자들이 취재경쟁은 없이 주어지는 정보를 기사화나 하고, 정부의 남발되는 오프 더 레코드 또는 엠바고에 따라 국민의 알권리는 사라지는 폐해를 보아 왔다.
그래서 기자와 취재원인 정부 공무원의 접촉이 제한될지도 모른다는, 그래서 취재 제약을 받고 국민의 알권리가 제약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참여정부 초기 기자실 개혁을 시민언론운동단체들이나 현업단체들이 지지해준 것이다.
그랬던 그 단체들이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다들 반대하고 나서는 이유를 정부는 알아야 한다. 과거 폐쇄적인 기자실, 기자단을 통한 유착, 일부 언론의 의제설정 장악 등 여전히 폐해가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 대안이 발전적이지 못하다. 그 과정과 절차도 옳지 않다.
취재 시스템의 변화는 과거 폐해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취재를 용이하게 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신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는 전자브리핑 제도를 도입하고, 정보공개청구법을 개정하겠다고 하지만 부족하다. 통합브리핑룸으로 가는 것이 분명히 기자들의 취재를 불편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면 그것을 보완하는 것이 시스템 변화의 조건이어야 한다.
우선 기자와 취재원인 공무원의 접촉이 원활해야 한다. 사무실을 무단으로 들어가 업무에 방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정부의 항변은 일리가 있지만 기자와 공무원의 접촉이 힘들어서는 안 된다. 공보실을 통한 사전 예약 시스템이 꼭 필요한가. 공무원에게 전화를 통해 섭외를 하고 가능한 시간을 약속해도 되는 것 아닌가.
공보실을 통한다 하더라도 섭외 요청이 오면 일정한 시간 내에 만남 주선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취재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정부는 답을 가져야 한다. 또한 취재라는 것이 1차 취재를 통해 추가 취재를 하는 것인데 매번 공보실이 개입한다면 정상적인 취재가 어렵다.
따라서 업무 관련 공무원 또는 유관기관 업무 관련자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친절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동시에 업무 이외의 시간에 언론이 취재원인 공무원을 만나는 것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의 전제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