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로 들어가는 숲길정도길
그런데 특이하게도 사찰로 들어가는 일주문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절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성벽으로 둘러쌓여 있고, 반원형 모양의 성문이 일주문을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
알고 보니, 전등사는 단군왕검의 세 왕자가 쌓았다는 정족산 삼랑성(사적 제130호) 내에 있는 사찰로, 고구려 소수림왕 11년(서기 381년)에 진나라에서 온 아도화상이 지었다고 하며, 현존하는 우리나라의 최고(最古)의 도량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불교가 들어 온 것이 서기 372년이라고 하니, 채 십 년도 안돼 전등사를 창건한 것만 보더라도, 불교의 역사와 도량의 깊이를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삼랑성의 남문을 지나니 소나무 숲길이 양옆으로 펼쳐진다. 우거진 숲으로 사방은 어둠이 짙게 내려앉고, 중요한 사진이라도 몇 장 찍고 싶은 급한 마음에 바쁜 발걸음을 재촉해야만 했다.
반듯반듯한 길은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길 양쪽으로 화려하게 치장하여 길게 달아 놓은 등에서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다. 낮과 밤을 오가고, 때로는 비를 맞으며 매달려 있는 저 등은 수 만 가지 유형의 속세 인간의 어떤 모습을 담고 있을까?
며칠 전, 나이 든 어머니는 절에서 보내 온 시주하는 종이 한 장에 아들과 손자의 이름과 나이를 쓰고 절에 갈 채비를 한다. 그런데, 이름을 쓰는 순서가 큰 아들, 큰 손자 둘, 아들, 그리고 손자들의 순서로 써 내려간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장손이 중요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