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한 살풀이춤.김연옥
지난해 TV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유쾌한 장례식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죽은 자를 보내는 슬픈 장례식이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죽은 자를 웃음으로 떠나보낼 수 있다는 것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았던 그의 수고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난 20일 오후 4시께 동요를 부르는 '철부지' 멤버의 남기용 선생님을 기리는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남기용 선생님이 말기 암으로 이 세상을 떠난 지 꼭 열흘이 되는 날이었다. 그가 말기 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때 그를 위해 매일 기도했던 300명의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마련한 자리다.
추모 음악회라고 해서 화려한 무대 위의 거창한 공연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남 선생님이 생전에 즐겨 찾곤 했던 정금교회(경남 마산시)에서 그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모여 그와의 추억을 서로 나누며 그저 노래하고 춤추고 시 낭송도 하는, 그런 소박하면서도 별난 추모 난장이라 할 수 있다.
1997년에 셋이서 만나 평화, 생명, 반전, 통일, 환경 등을 주로 노래 불렀던 '철부지'. 작곡을 하는 고승하(60) 선생님과 부산대 섬유공학과 동기로 대학 시절부터 각각 하모니카와 기타로 이름을 날렸다는 남기용(66), 전정명(66) 선생님이 바로 '철부지' 어르신들이다.
푸른 오월이
장미를 저리 붉게 꽃피웠고
일년의 열한 달들이
푸른 오월 저리 빚었네요.
장미꽃 앞에서
환한 당신
우주의 중심
- 이병철의 '우주의 중심'
귀농운동을 펼쳐 온 이병철씨의 남기용 선생 추모시 '우주의 중심'에 고승하 선생님이 곡을 붙인 노래를 모두 같이 부르면서 작은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고 나온 김정희씨가 흰 수건을 들고 살풀이춤을 처연하게 추기 시작하자 가슴에 스며드는 슬픔 가운데 이상스레 눈부신 아름다움이 느껴지던 이유가 대체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