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화가 작품 중 가장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우환 화백의 <선에서>, <점에서>, <조응> 시리즈는 경매에서도 화랑에서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이우환
현재 경매에는 비싼 작품만 출품되는 것이 아니라, 초보애호가들을 위해 가격이 저렴한 유명화가의 소품이나 판화도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경매장에는 젊은 직장인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매는 순수애호가들이 소품을 구입하기는 편해도, 그림을 증권처럼 생각하는 '개미투자자'들에게는 냉혹합니다. 경매에 나오는 크고 좋은 작품은 재력과 정보로 무장한 아트펀트와의 경합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고, 만약 이긴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경매에서 '개미투자자'들이 앞으로 돈될 작품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유명화가 전시회에서 작품의 수준을 따지지 않고 구입하는 '묻지마 투자' 역시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나라 경매도 같은 화가의 그림이라도 작품성이 떨어지는 작품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미투자자'들의 투기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80년대 초반에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80년대 초반부터 IMF까지에도 그림투자 열풍이 있었고, 전시장 한 면에 걸린 작품을 몽땅 사는 '벽떼기'도 성행했습니다. 그래서 인가화가 중 일부는 비슷한 작품을 하루에도 몇장씩 그렸고, 강남의 일부 아파트에는 인기화가의 그림이 없는 집이 없다는 말이 돌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자 그런 화가의 그림값은 폭락했고, 미술경기가 좋다는 요즈음의 경매에서도 푸대접을 받습니다. 따라서 전문적인 안목이 없이 '묻지마 투자'를 할 경우, 그림으로 돈을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미투자자'들은 좋은 그림을 많이 갖고 있고, 좋은 전시회를 많이 하는 메이저 화랑에서도 좋은 작품을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진짜 좋은 작품은 벽에 걸기 전, 단골 애호가나 펀드매니저에게 미리 연락해서 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메이저 화랑의 전시회에는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가도, 좋은 작품 아래에는 이미 판매되었음을 알리는 빨간 딱지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메이저 화랑은 순수애호가의 경우, 단골이 아니더라도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림을 사랑해서 그림을 감상하러 온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화랑을 찾아간 애호가는 전시장을 한두바퀴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그 앞에서 한동안 서성거립니다. 좋은 화랑에서는 그런 애호가를 돈 많은 사람보다 좋아하기 때문에, 정중히 차도 권하고 그림에 대한 설명도 해줍니다.
이런 자세로 화랑을 들락거리다보면 메이저 화랑에서도 순수애호가로 인정해주면서 좋은 작품을 권해주고, 이런 저런 정보도 알려줍니다. 작품이 마음에 드는데 형편에 버거울 경우 분납도 하게 해줍니다. 완납 후에 작품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고, 먼저 작품을 갖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림을 진짜 사랑하는 애호가에게는 분납으로도 좋은 작품을 소장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 화랑입니다.
그림도 사봐야 안목 길러져... 초보는 소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