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잊혀지지 않고 뇌리에 또렷이 새겨진 것이 있다면, 그 기억은 인생에 큰 상처가 되는 일이거나 가슴에 큰 회환을 남길 만큼 유별난 것일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러려니 하고 지나갈만한 일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상당히 아쉬웠던 일이 나에게도 있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그러한 기억은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포항에서 군 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더 지났을 때쯤 고향에서 반가운 전갈이 왔었습니다. 혼기가 지났다고 걱정하던 큰 누님이 결혼한다는. 하지만 당시 결혼하는 큰 누이의 결혼 소식을 마냥 반길 수 없었던 것은 한미연합 팀 스프리트 훈련이 시작되어 특별휴가는커녕 외출조차 신청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누이가 결혼하던 날 우리 부대는 미군과의 연합훈련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이른 아침 포항제철에서 통일호를 타고 우리나라 최초의 저수지라는 제천 의림지를 향하였습니다. 부대를 벗어나 고향인 제주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마음은 마냥 고향으로 달리고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속내를 드러내 말하지 못하고 차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괜찮나? 누님 결혼한다는데 못 가 봐서." "네, 괜찮습니다." "미안하다." 대대장이었습니다. 누님의 결혼 소식에 대해 누구에게도 휴가를 보내 달라고 했던 기억이 없는데, 어찌 알았는지 휴가를 보내주지 못해 아쉬워하며 위로의 말을 던져 준 대대장의 배려에 고마웠습니다. 부대원들의 사소한 일까지 챙겼던 당시 대대장은 지금 해병대 사령관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한 달 동안의 훈련은 의림지를 지나 울고 넘는다는 박달재까지 무거운 군장을 지고 타박타박 올라가서는, 숲이 우거져 나뭇잎에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산길을 따라 다시 내려오며 야영을 하는 등의 일정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박달재를 오르내리는 한 달 내내 '울고 넘는 박달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물~항라 저고리'를 흥얼거렸습니다. 그 의림지와 박달재를 19년만에 우연하게 다시 찾을 기회를 얻어 제천을 방문했습니다. 충북 제천에 있는 송학중학교에서 (사)한국해외봉사단연합회에서 실시하는 '다문화이해를 위한 국제협력 이해 특강'을 신청하여 강의를 나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송학중이 위치한 곳이 의림지나 박달재와 어느 정도의 거리에 있는지조차 몰랐지만, 강의하러 내려가는 길 이정표에서 '아!'하며 19년 전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큰사진보기 ▲다문화 이해를 위한 국제협력 이해 특강 모습송학중 송학중은 '송학'이라는 이름이 말해 주듯, 예전에는 사람보다 '학'과 '소나무'가 많았던 지역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송학에서는 고고한 자태의 학을 간간히 볼 수 있다고 담당 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큰사진보기 ▲산자락 아래 호젓하게 자리잡고 있는 송학중고기복 아닌 게 아니라, 강의를 들어가기에 앞서 학교 앞 개천에서 한가하게 거닐고 있는 학 한 마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개천 앞 도로에는 면사무소까지 연결되는 도로 건설을 위해 작업하는 인부들이 있었고 논에는 트랙터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고하게 개천을 노니는 새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오랜 세월 터줏대감으로 살아왔을 학임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큰사진보기 ▲천년을 이어 온 송학의 주인이라는듯 자태를 뽐내는 학의 모습고기복 전교생이라고 해 봐야 110명밖에 안 되는 소규모 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19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군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시린 가슴으로 지나쳤던 박달재와 의림지를 이제는 여유를 갖고 둘러볼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감사한 마음과 추억의 한켠을 들추며 한 컷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누님 결혼식에 참석 못해 생겼던 아쉬움은 사라지고 어느덧 고향 같은 정겨움이 묻어났습니다. 큰사진보기 ▲우리 나라 최초의 저수지 의림지로 그 기원은 벼농사가 시작된 삼한시기부터 적어도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고기복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박달재 #의림지 #군대 #결혼식 추천6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고기복 (princeko) 내방 구독하기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이 기자의 최신기사 [영상] '호우 경보' 용인, 불어난 물 거세진 경안천 지류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19년만에 우연히 다시 찾은 박달재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이충재 칼럼] '김건희 나라'의 아부꾼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