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시는 팝콘 먹나 봐라,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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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갈 때마다 늘 맹세하곤 한다. '오늘은 정말 팝콘 사먹지 말아야지.' 트랜스지방 덩어리라던데, 게다가 짜기는 좀 짜나. 그리고 무엇보다 비싸기는 좀 비싸나. 그러나 매번 나는 노란색 팝콘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대신 많이 먹어 좋을 것 없으니 작은 걸로 하나 선택해야지 굳은 맹세를 하는데 이 역시 막상 스낵코너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제일 큰 걸로 주세요'라고 소리치고 만다. 남으면 가방에 넣었다가 나중에 집에 가서 먹으면 되지 하면서.

아무튼, 그렇게 팝콘을 한 곽 사들고 좌석을 차고 앉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 영화가 시시하면 덩달아 팝콘 먹은 뒤끝도 텁텁하니 개운하지 않다. 그러면 본전 생각이 남은 물론, 내 다시는 팝콘 사먹나 봐라 다짐하게 된다. 시시한 영화가 받아야 할 원성을 팝콘이 대신 받는 격인데, 팝콘이여, 억울(?)해도 할 수 없다.

직접 만들어 보니 너무 매력적인 팝콘

동네 마트를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팝콘 옥수수에 눈이 멎었다. 내 다시는 팝콘 사먹나 봐라 맹세한 지 며칠 안 됐는데 웬일인지 그놈이 뜬금없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 간식으로 한번 만들어 줘 봐'하는 생각이 들면서 역시 손이 먼저 나갔다.

만드는 방법을 읽어보니 간단했다. 설명서에 의하면, 뚜껑 있는 프라이팬에 기름 30cc, 맛소금 1티스푼, 그리고 옥수수 반 컵을 펴 넣어서 중불로 가열하라고 하였다. 조리법이 너무 간단해서 당장 만들어 보고 싶은 욕구에 서둘러 장을 보고 집에 왔다. 그리고 바로 팝콘 만들기에 들어갔다.

기름과 맛소금의 겉옷을 입은 옥수수는 어느 정도 가열되니 '다닥다닥' 터지는 소리를 내며 팝콘이 되었는데 그 다닥다닥 소리가 더 이상 나지 않으면 팝콘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다닥 다닥… 일정한 울림으로 팝콘은 쉼 없이 터졌고 수 분 이 지나자 그 소리도 잦아들었다. 다 되었다는 뜻일진대, 그러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웰컴 투 동막골>에서처럼 눈부시게 터져 주었을까. 아니면 혹시 타버리지는 않았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프라이팬 뚜껑을 여니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팝콘이 빼곡히 차 있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팝콘이 되기 전 옥수수의 양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팝콘이 되어 나온 양은 너무 많았다. 헤아려 보면 그 개수가 같겠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옥수수가 재주를 부린 듯 팝콘의 개수가 훨씬 더 많을 것 같이 느껴졌다.

어른인 내가 봐도 재미있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어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불러 프라이팬에 팝콘 넣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옥수수에다 양념(기름과 소금)을 섞어서 펴널은 다음 뚜껑을 닫는 거야. 그리고 약한 불로 한 3분이나 5분쯤 가열하면 팝콘이 완성 돼. 팝콘이 다 되면 부를 테니까 가서 놀아."

잠시 후, 다닥다닥 소리가 잦아들기에 다시 아이들을 불렀다. 극적(?) 기쁨을 위하여 10부터 0까지 숫자를 내리 세라고 했더니 합창을 했다. 십, 구, 팔, 칠… 하나, 영! '영' 소리와 함께 뚜껑을 열었고 아이들은 팝콘의 푸짐함에 환호했다.

"극장 팝콘은 노란색인데 이것은 하얀색이네."
"극장 것은 마가린이나 버터 같은 것을 넣어서 그럴 거야. 색깔은 좀 못해도 맛은 괜찮지? 덜 짜고 말야."
"뭐, 그런대로."
"야, 인심 좀 더 써라. 맛있다고 하면 어디 덧나냐."

말은 그렇게 해도 큰애를 비롯한 아이들은 맛있는지 곧잘 먹었다. 이웃집 아짐도 퇴근한 남편도 먹을 만하다며 긍정적인 답을 주었다. 이에 탄력 받은 나는 기름과 소금의 양을 좀 변형해 보기로 하였다. 즉 기름 30cc는 너무 많았는데, 그래서 들기름을 10cc정도 붓고 소금도 1티스푼에 못 미치는 양을 넣고 시도해 보았다.

결과는, 그래도 팝콘이 되어 나왔다. 오히려 기름기가 적으니 다이어트용으로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뻥튀기도 요새는 너무 달아서 손대기가 쉽지 않은데 의외의 소득이었다. 해서 앞으로 영화 보러 갈 때도 아예 집에서 팝콘을 만들어가? 하는 발칙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게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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