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를 낚으며 만난 사람들!

충남 서산 창리포구 주민들 생존권 위협

등록 2007.05.18 19:55수정 2007.05.1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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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이미 들은 터였다. 하지만 비가 와야 제 맛이라며 극구 우기는 바람에 새벽 3시에 기상해서 일행들과 함께 충남 서산시 창리에 있는 가두리 낚시터로 향했다.


약 3시간여의 긴 여행 끝에 마침내 창리라는 조그마한 어촌마을에 도착했다. 아직까지는 어둠이 아스라이 깔려 있었다.

[생존을 향한 창리포구 주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의 흔적] 창리포구 주민들은 서산시에서 포장마차를 강제 철거하는 바람에 생존권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생존을 향한 창리포구 주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의 흔적] 창리포구 주민들은 서산시에서 포장마차를 강제 철거하는 바람에 생존권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하소연했다.김동이
조금씩 날이 밝아오자 가두리 양식을 하는 어부들과 바지락을 캐 생계를 유지하는 아주머니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일행은 낚시를 하는 곳까지 배로 이동하기 위해 선장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들 또한 물이 빠진 섬으로 이동하기 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는 중에 포구 대기소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반갑게 인사했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다. 연유를 물어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포장마차들로 가득 차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서산시청에서 300여 명의 직원이 몰려나와 포장마차를 강제 철거해서 저항할 수도 없었고, 이후로 생계가 막막해졌다고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또 한 어르신은 "서산시청 관계자가 이곳뿐만 아니라 조만간 남당리나 그 인근마을에 있는 포장마차도 모두 철거한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이제 어촌에서 살기도 어렵게 됐다"며 건강에도 좋지 않은 담배만 연방 뻑뻑 피워댔다.


어르신의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과연 생계를 향한 어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생존권 사수하자",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우자", "무능공무원 퇴출", "승리하는 그날까지", "연대의 힘으로 투쟁하여 주거생존권 쟁취하자!"


그곳에는 포장마차 자리가 있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사방에 이러한 문구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얘기로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사이 어느덧 시간은 오전 6시 30분이 되었다.

창리포구의 한 어부가 바다를 가르며 시원하게 배를 몰고 있다. 그 시원한 만큼 하루빨리 주민들의 고민이 시원하게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창리포구의 한 어부가 바다를 가르며 시원하게 배를 몰고 있다. 그 시원한 만큼 하루빨리 주민들의 고민이 시원하게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김동이
어르신들은 모두 일터로 나가고 일행들도 선장이 도착해서 배를 타고 바다 가운데 떠있는 낚시터로 향했다.

창리포구에서 5분여 떨어져 있는 가두리 낚시터의 모습. 이날 날씨가 좋지 않아 숭어 3마리를 잡는데 만족해야 했다.
창리포구에서 5분여 떨어져 있는 가두리 낚시터의 모습. 이날 날씨가 좋지 않아 숭어 3마리를 잡는데 만족해야 했다.김동이
5분여를 가서 도착한 낚시터. 일행은 도착하자마자 여장을 풀고 곧바로 낚싯대를 잡고 낚시질을 시작했다.

가두리 낚시터라고 해서 물고기를 풀어놓고 잡는 낚시인 줄만 알았는데 장소만 가두리 낚시터일 뿐 그야말로 자연산을 낚는 바다낚시였다.

오늘(18일) 물고기들의 메뉴는 갯지렁이와 떡밥이었다. 갯지렁이를 미끼로 우럭을 잡고 떡밥을 뭉쳐 숭어를 잡을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날 유독 강하게 불어 닥친 강풍과 썰물이라는 악재가 겹쳐 그야말로 시간만 허비한 꼴이 돼 버렸다.

그나마 일행 중 한 명이 50cm급 숭어 3마리를 잡은 데 만족해야 했다.

오후까지 계획했던 낚시는 갖은 악재로 인해 중단하고 오전 11시쯤 철수해서 뭍으로 돌아왔다. 뭍으로 돌아오자 새벽에 어르신들과 나눈 이야기와 철거된 포장마차 자리를 보며 다시금 철거민들의 고통의 흔적이 생각났다.

[바다에서 바라본 창리포구 마을] 한적한 마을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말못할 사정이 많았다.
[바다에서 바라본 창리포구 마을] 한적한 마을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말못할 사정이 많았다.김동이
서산시에서 이들의 생계유지 수단인 포장마차를 철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몰라도 철거를 했으면 그에 대한 생계 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생각한다.

떠나는 일행을 향해 선장이 한 한마디 "오늘은 날이 궂어서 낚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찍 나왔지만 다음에 날 좋을 때 한번 더 와유∼"라고 했던 말처럼, 지금은 창리 주민들이 생존권의 위협을 받으며 힘들게 지내고 있는 궂은 날씨지만 다음에 일행들이 다시 찾아올 때는 주민들의 얼굴에 밝은 햇빛이 뜨는 날씨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아이앤 뉴스(www.gin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지아이앤 뉴스(www.gin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창리포구 #생존권 위협 #서산시 강제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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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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