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 비가 와서 고추나무와 파프리카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 옆에 심은 포도나무도 새 잎이 돋아나고 있답니다. 해가 뜨지 않나 우중충한 날씨에 찍은 포도나무인데, 한 가운데 뽀얗게 올라오는 잎이 보이지요? 그게 더 커질 무렵이면 열매도 하나 맺힐지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우리 모두 밑가지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권성권
조직이나 공동체나 한집안도 그와 다르지 않다. 공동체가 살아있고 조직이 쭉쭉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은 누군가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어머니처럼 밑가지가 되는 까닭에 집안의 족보가 이어질 수 있다. 드러내지 않고 뽐내지 않는 그 누군가에 의해 아름드리 큰 나무와 같이 한 나라의 역사도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산과 들과 집과 거리의 싱그러운 풀빛 초록 잎들을 다시금 눈여겨보자. 가지 사이에 활짝 피어오른 이파리들은 그저 존재하는 법이 없다. 보이지는 않지만 흙 속에 뿌리가 살아 움직이는 까닭이요, 밑가지가 위에 솟아 있는 윗가지들을 묵묵히 받쳐주고 있는 까닭이다. 우리의 가정들도, 우리나라의 민주화도 어머니 같은 그 누군가의 희생정신이 깃든 밑가지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내일을 바라보는 너와 내가 무엇으로 살아야 할지는 자명하다. 모두가 울창하게 솟아오른 윗가지들이 되기보다 내일을 향한 밑뿌리로 그리고 밑가지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때에만 조직이든 공동체든 가정이든, 우리나라의 역사든 진정 밝고 튼튼한 아름드리나무와 숲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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