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지은 집문병석
[집짓기 연재를 시작하며]
얼마 전 여론조사에 50% 이상의 국민이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는 반응이 있더군요. 전원생활을 하려면 지어진 집을 사서 사는 분들도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신축해야 하는 경우에 처하리라 생각이 됩니다.
3대가 업을 지은 집안에서 태어나면 내가 살 집을 손수 지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30여년 건축을 하는 세칭 '노가다'란 세상에서 살아온 저는 도대체 몇 대가 업을 지었기에 그리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집을 짓는 것일까요?
몇 년 전 어느 사이트에 집을 짓는 공사일지를 연재한 적이 있는데, 파주에 사신다는 어느 분이 제가 올린 글만 보고 집을 완성했노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분은 건축에 문외한이었다더군요.
그래서 집을 짓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집을 짓는데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연재할 생각입니다. 좋은 집, 고급 집이 아닌 그저 평범한 주택 이야기를, 성공담도 쓰고 주의해야 할 실패담도 쓸 예정입니다. 이 글은 건축학도인 딸내미 교육용이기도 합니다.
[집을 짓기 전 먼저 결정해야 할 것]
1. 집을 지을 터
2. 자재의 선택과 공법
3. 설계와 시공자
[1] 집을 지을 터
집을 짓기 위해서 이미 땅을 마련하신 분들도 있고 터를 물색 중인 분들도 계시겠지만 집을 짓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땅을 구하는 것입니다. 땅을 구입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드넓은 땅에서 내 집을 짓기 위한 땅을 고르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땅을 보는 풍수지리라는 학문이 있고 그 풍수지리를 배우는 데도 평생이 걸릴 정도로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집터를 보기 위해 풍수지리를 배울 수도 없고 아무 곳이나 터를 정할 수도 없고 고민이 되지요.
음양오행에 의한 터
땅의 동서남북은 음양오행으로 다음과 같이 분류가 됩니다.
동쪽은 간지로는 갑을(甲乙), 지지로는 인묘(寅卯), 오행으로는 목(木)에 해당되고 1월이 인(寅)월부터 시작이 되고 하루의 시작도 인경이 울리는 인시입니다. 계절은 봄, 사람으로 따지면 어린애에 해당이 되고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남쪽은 간지로 병정(丙丁), 지지로는 사오(巳午), 오행으로는 화(火)에 해당하고 계절은 여름, 사람으로 따지면 왕성한 활동을 하는 청년기에 해당이 됩니다.
서쪽은 간지로 경신(庚辛), 지지는 신유(申酉), 오행으로는 금(金), 계절로는 가을, 사람으로 따지면 쇠약해지는 노년에 해당이 됩니다.
북쪽은 간지로 임계(壬癸), 지지는 해자(亥子), 계절은 겨울, 사람으로 따지면 죽어서 땅에 묻히는 것을 뜻합니다.
옛말에 삼대가 복을 지어야 동쪽 대문에 남향집을 짓고 산다는 말이 있듯이, 집터를 동쪽과 남쪽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과 땅
풍수지리는 바람이 부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땅에서 올라오는 지기(地氣)를 바람이 흩어 날리기도 하고 모이게도 한다고 보고, 바람이 어떻게 부는가를 땅의 형세로 판단을 합니다.
우리가 사는 땅은 계절풍도 불고 태풍도 불고 시시때때로 바람이 붑니다. 그러나 산세나 땅의 생김새에 따라서 바람의 강약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분도 아실 것입니다.
이러한 바람이 불지 않는 정지 상태에는 움직이는 물체에 의해서 바람이 생겨납니다. 사람이 지나가도 바람이 생기고 자동차가 기차가 지나가면 더 큰 바람이 생기지요. 물도 흐르면서 바람을 만듭니다. 그래서 풍수학에서는 도로도 물이 흐르는 강이나 시냇물로 생각합니다.
물이란 무엇인가?
우리 신체에서 가장 많은 것이 수분이라는 점을 여러분은 아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물로 구성이 되어 있는 존재이고 물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가 없지요. 물은 원래 지구상에 존재를 하지 않았던 분자입니다. 물은 우주 공간을 떠돌다 지구로 왔을 뿐이지요. 언젠가 지구가 종말을 맞이하면 물은 지구를 떠날 것입니다.
물을 마시고 물로 씻고 물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데, 주택을 짓는 터는 습기가 없는 터가 좋고 시냇가나 호수나 바다 부근은 사람이 주거를 하는 주택터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땅 위로 흐르는 물뿐만 아니라 땅 속을 흐르는 지하수도 주택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결론은 주택을 지을 땅은 다음 사항이 고려가 되어야 합니다.
① 산은 경사가 완만한 배쪽과 경사가 급한 등쪽이 있는데 북쪽이나 서쪽에 배쪽인 산이 위치를 하고
② 상대적으로 바람이 적고 (나무들이 굽어지지 않고 바르게 자라는 땅이 바람이 적음) 동쪽이나 남쪽이 낮고 트여 있는 곳.
③ 물이나 도로가 터에 앞쪽에 위치할 것.
④ 터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남쪽이나 동쪽에 위치할 것.
⑤ 터가 도로나 개울보다 높은 곳에 위치할 것.
⑥ 겨울철에 눈이 쌓여도 먼저 녹는 곳이 양지바른 땅이므로 먼저 녹는 곳
⑦ 땅에 이끼가 자라는 곳은 피할 것.
⑧ 산이나 계곡이 무너져서 흙이 드러난 곳이 보이는 땅은 피할 것.
⑨ 집터에서 물이 흐르는 것이 보이거나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곳은 피할 것
등등 열거를 하려면 고려되어야 할 점들이 많고 또 이런 것들을 세세히 따지자면 집터를 구하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그래서 삼대가 복을 지어야 동쪽 대문에 남향집에서 산다는 말이 있나 봅니다.
[2] 자재의 선택과 공법의 선택
이 분야는 제가 올리는 글을 보시고 여러분이 스스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3] 설계와 시공자
요즈음은 자신의 취향대로 설계를 해서 집을 짓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건축 설계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고 그려서 집을 지으면, 많은 공사비를 써서 힘들게 지은 집이 사 공간이 많고 비효율적인 동선의 집이 될 수도 있으니 심사숙고하시기 바랍니다.
본인이 시공하실 분은, 공사판에서 최소한 연장 다루는 법을 습득하신 후 제가 연재하는 대로 공사를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