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흐드러진 아카시아 나무이승철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꼬마들 몇이 노래를 부르며 위에서 뛰어 내려온다. 산동네 개구쟁이들이다.
"너희들 아카시아 꽃이 뭔지 알아?"
녀석들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에이! 여깃잖아요, 이 꽃이 아카시아 꽃인데 아직도 모르세요?"
녀석들은 꽃을 활짝 피운 나무를 발로 툭툭 차고 잽싸게 달아난다. 바람이 불어서인지 기분도 상쾌하다, 나지막한 뒷동산은 아카시아 꽃이 뒤덮여 거의 하얀 빛깔이다. 그런데 그 아카시아 나무들 밑에도 또 다른 꽃들이 다투어 피어 있었다.
붉은 병꽃 나무들이었다. 푸른 잎 사이사이에 한껏 붉은 꽃들이 촘촘히 피어 있는 모습이 여간 고운 자태가 아니다. 그러고 보니 아카시아 그늘에서는 젊은이 하나가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깊은 사색에 빠진 모습이다. 아니 어쩌면 아카시아 향에 취해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산을 한 바퀴 돌아내려 오는 길가의 연립주택 창가에는 꽃봉오리가 한껏 부푼 장미덩굴이 금방이라도 빨간 꽃들을 피워낼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아카시아 향에 이끌려 뒷동산으로 가는 길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아파트 울타리의 장미와 찔레 덩굴들도 지금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