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이 지난 2월 13일 6개국의 합의로 타결된 가운데,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폐막 회의에 앞서 참가국 수석대표들이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황광모
제2차 북미 핵대결을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조명하면, 2000년 6·15 선언 이후의 동북아 화해무드가 이 사건으로 인해 제어되면서 역내 질서가 다시 한 번 미국 주도로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그 시점에서 핵문제가 '적시에' 터지지 않았다면, 남북관계·북일관계는 '제멋대로' 급진전되고 미국의 영향력 역시 급거 추락했을 것이다.
이후 제2차 북미 핵대결은 남북관계 및 북일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이 되었다. 북일관계에서는 납치문제가 핵심 이슈가 되었고, 남북관계는 걸핏 하면 경색 국면에 빠지곤 하였다.
그리고 북미관계가 안정되면 남북관계·북일관계도 함께 안정되고, 북미관계가 악화되면 그 두 가지도 함께 악화되는 연동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2002년 이후로 남북관계·북일관계가 다시 한 번 북미관계의 종속 변수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여곡절, 이제야 시험운행 들어간 철도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이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다가 이제야 시험운행에 들어간 것은, 그동안 북미관계가 우여곡절을 겪음에 따라 그 종속변수인 남북관계도 연쇄적으로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북미관계가 악화되더라도 남북관계는 이와 별도로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남북 양측에게 모두에게 이것은 힘든 일이다.
남측 입장에서 볼 때,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전개하자면 부득불 미국의 '묵인'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북미관계가 험악해지는 상황 속에서 북측 당국자들과 미소를 지으면서 악수를 나눌 수 있을 만큼 남측 당국자들은 대담하지 않다.
한편, 북측 입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에 연동시킬 수밖에 없다.
첫째, 북측 지도부는 기본적으로 '북미관계는 겉이고 남북관계는 속이기 때문에 북미관계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는 남북관계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겉을 거치지 않고서는 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인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관계가 악화되는 상황 하에서 남북관계만 발전시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북측 지도부는 '자국이 미국에 비해 총체적 열세에 있는 만큼, 대미 대결에 전력을 기울이자면 남북관계 등 여타 관계를 잠시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북미관계가 경색 국면에 돌입할 때마다 북측이 남북관계를 뒤로 미루는 이유 중 한 가지는, 대외 역량을 북미관계 한 군데에 쏟기 위한 전략적 고려 때문이기도 하다.
위와 같이, 지난 5년간 남북철도 연결이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것은 기본적으로 북미관계의 불안정성 때문이었으며, 부수적으로는 바로 앞에서 설명한 남북 양측의 사정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경의선·동해선 철도사업은 그동안 북미 핵대결에 따른 '핵 레일'을 달려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북미 핵대결이 철도 사업을 포함한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요인이었다는 말이 된다.
북미관계의 핵 레일이 고르지 못했기 때문에, 북미관계에 종속되어 있는 남북관계도 연쇄적으로 불안정했고 또 그로 인해 철도 연결사업도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울려라, 희망의 기적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