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책 내는 아내, 만날 카레라이스 먹는 남편

스피디한 식사, 두 가지 멸치 육수와 즉석 냉동 채소 만들기

등록 2007.05.17 10:43수정 2007.05.1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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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있으면 저의 두 번째 요리책(재미로 하는 요리/가제: 바이탈북스)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작년 첫 번째 요리책을 내면서도 그랬듯이 책의 원고를 마감하고 요리 사진을 찍을 때가 되면 거의 '전투적인 일상'이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 많게는 열 가지 요리를 해서 사진을 찍어야 하고 또 컴퓨터 앞에 앉아 요리법 수정, 기타 원고 등을 써야 하니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거든요. 시간도 부족하지만 능력마저 부족하다보니 집안 꼴(?)도 엉망이 되어버리고 평소에 '마음먹고 차렸던 식탁'이란 것은 한동안 먼 옛날 얘기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사 준비가 힘든 이유는 사실 따로 있습니다. 한마디로 음식과 요리에 '질려버린다'는 것입니다. '요리책을 내는 사람이 요리에 질린다'고 하면 이상하다 하시겠지만 실제 그렇습니다. 백여 가지 요리의 레서피를 쓰고, 보고, 고치고 하는 작업을 하다보면, 그리고 그것들을 만들어 주무르고 다듬어가며 사진까지 찍다보면 입맛이 싹 달아나 버립니다(혹시나 다이어트 계획하는 분들 계시면 이 방법 한 번 써 보시기 바랍니다).

아니, 입맛이 달아나는 것은 둘째 치고 국이며 반찬 같은 일상적인 요리들을 할 의욕이 싸악 사라져버립니다. 한 마디로 '집 밥'이 지겨워진다는 얘깁니다. 요리를 하다가 점심때가 되면 집 앞 김밥집에 가서 요즘 한창 즐겨 먹는 쫄면 떡볶이로 해결한 지가 벌써 일주일이 되어 버렸으니까요.(김밥집 사장님도 이젠 제가 오면 따로 주문을 안 해도 척 '알아서' 떡볶이를 대령하십니다.)

며칠 전 남편이 그러더군요. "이제 본격적으로 책 준비에 들어가게 되면 당분간 줄기차게 카레라이스가 등장하겠군!"이라구요. 히히, 웃으며 아마도 그렇게 될 거라고, 카레가 지겨우면 '곰탕'으로 대신해줄 테니 말씀만 하시라고 얘기해두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말을 남기면서 나가더군요. "휴, 남들은 와이프가 요리책을 낸다고 하면 집에서 무척이나 잘 얻어먹고 다니는 줄 알 거야..."라구요. "카레라이스를 제일 좋아한다면서 괜히 왜 그러셔?"라고 웃으며 대꾸하긴 했지만 조금은 미안하기도 한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 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양해를 구할 수밖에요.

그리하여 오늘은 '전투적 일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식사준비를 스피디하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준비 작업을 해 두었습니다. 딸아이만 아니라면 그냥 외식으로 해결을 하라고 남편에게 부탁을 했겠지만 '자식이 상전'이라고 어디 그럴 수가 있어야지요.

일단 당분간 집의 메뉴는 카레라이스나 볶음밥, 덮밥 같은 일품요리로 정하고 그에 필요한 기본 재료들을 다듬어 정리해두었습니다.

먼저 모든 국물요리의 밑국물로 들어갈 멸치 육수를 뽑아 두었구요, 채소도 카레나 찌개에 들어갈 것과 볶음밥에 들어갈 것을 따로 용도별로 구분해서 한 번 사용할 만큼 포장해 얼려두었습니다. 마늘과 고추 등 양념거리도 사용하기 편하도록 다지거나 썰어 두었구요. 이 정도면 평소 요리시간을 반 정도로 단축할 수 있을 듯합니다.

혹시나 맞벌이를 하느라 평소 식사 준비에 많은 부담을 느끼는 주부들께도 도움이 될 듯해서 몇 가지 소개하려 합니다.

1. 두 가지의 멸치 국물 내기

멸치 국물을 낸다고 하면 보통 체에 걸러낸 맑은 국물만을 생각하기 쉬운데요, 국물을 낼 때 넣은 다시마나 건더기 멸치 등도 그냥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에서 건더기 갈아 진한 육수를 만들어 봤습니다.


이 진한 육수는 김치찌개나 고추장찌개 같이 간이 진한 요리에 사용하면 훨씬 구수하고 진한 맛을 낼 수 있어 아주 좋습니다. 따로 조미료를 넣을 필요도 없이 간장, 소금, 된장 정도로 훌륭한 맛을 낼 수 있구요.

재료
물 20컵
국물용 멸치 한 컵
마른새우 1/2컵
다시마 (5*5cm 크기) 3장
무 2-3 토막
양파 1개


1-1 맑은 멸치 육수 만드는 법

이효연
1. 멸치는 전자렌지(출력 600W 기준)에 넣어 '강'으로 5분정도 돌려 말리고 새우는 먼지를 제거해둔다. 다시마는 사방 칼집을 낸 후 젖은 면보로 표면을 닦아 둔다.


2. 분량의 재료를 밑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넣고 노란색 국물이 우러나도록 푹 끓여낸 후 체에 받쳐 맑은 국물을 걸러내면 완성.

1-2. 진한 멸치 육수 만드는 법

이효연
1. 체에 걸러내고 남은 건더기에 생수를 붓는다.

이효연
2. 멸치, 다시마, 새우, 양파 등 맑은 국물을 우리고 남은 건더기를 적당량의 생수와 함께 분마기에 넣고 곱게 갈면 완성.

이효연
이렇게 두 가지 육수를 만든 후 따로 일회분씩 위생봉투에 넣어 냉동해두고 필요할 때 해동해서 사용하면 손쉽게 국물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용도에 맞게 잘라 냉동해두면 편리한 채소 손질법입니다. 가정에서 가장 많이 해 먹게 되는 찌개나, 카레라이스, 볶음 요리 등에 사용되는 감자, 당근, 호박, 양파 등을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 냉동해두면 편리합니다.

이효연
골고루 섞어 일회분씩 포장한 후 냉동해둔 다음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미리 만들어 둔 멸치육수에 넣고 된장이나 카레가루만 풀어 끓이면 빠르고 손쉽게 찌개나 카레라이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채소라도 볶음밥이나 동그랑땡을 만들 때 사용할 용도로는 다지듯 잘게 썰어 냉동해두면 편리합니다. 냉장고 속의 자투리 야채를 모두 꺼내 깨끗이 닦아 물기를 제거합니다.

이효연
손으로 직접 잘게 써는 것도 좋지만 커터기를 사용하면 더욱 편리합니다.

이효연
잘게 자른 야채는 커다란 보울에 넣어 골고루 섞어 줍니다.

이효연
역시 한 번 사용할 분량만큼 위생팩에 넣어 냉동 보관합니다. 여기에 햄이나 다진 고기, 으깬 두부 등을 섞어주기만 하면 단숨에 볶음밥이나 동그랑땡, 햄버거 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효연
며칠 전 경동시장에서 구입한 다진 마늘입니다.(국내산 마늘, 1킬로그램에 6천원이고 즉석에서 갈아줍니다.)

위생팩에 넣어 편평하게 만든 다음 바둑판 모양으로 칼집을 낸 다음 쟁반이나 넙적한 접시에 담아 냉동실에서 얼립니다. 완전히 얼린 다음 칼집을 낸 모양대로 잘라 담아 보관해도 좋고, 그대로 두었다가 사용할 때 똑똑 부러뜨려 사용하면 됩니다. 사각형 한 개를 큰 밥숟가락 1개 분량으로 맞추어 두면 나중에 요리할 때 편리하지요.

생강도 같은 방법으로 보관하면 좋습니다.(생강은 사각형 한 개를 작은 티스푼 한 개 분량으로 맞추어 두세요)

이효연
역시 경동시장에서 천원 어치 사 온 청양고추입니다. 매운 찌개 요리 등을 할 때 필수 재료입니다. 고추는 송송 썰어서 위생팩에 한 데 넣어 냉동 보관합니다. 중간에 틈새 공간이 많아 다 얼린 봉지를 툭툭 치면 얼면서 서로 붙었던 고추들이 떨어져 꺼내 쓰기 편합니다. 한꺼번에 많이 구입한 대파도 같은 방법으로 보관하면 됩니다.

이 정도만 해 두어도 식사 준비 시간을 훨씬 많이 단축시킬 수 있겠지요? 당장 내일은 카레라이스, 모레는 된장찌개, 글피는 볶음밥이나 오므라이스를 만들어도 문제가 없겠어요. 요리를 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이 야채 다듬기와 국물 내는 일이니까요.

갑자기 아이가 잘 부르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준비 됐나요? 준비 됐어요오~" 네! 저도 이제 '준비'가 되었으니 내일부터 또 책 마무리 작업에 열심히 뛰어들렵니다.

국멸치 다듬어 보관하기
다 쓴 음료수 병에 담아 냉동보관해요

ⓒ이효연
대부분의 한식요리 국물을 내는 데 필수재료인 국멸치입니다.

다 쓴 음료수통을 깨끗이 씻은 후 멸치를 담아 냉동실에 넣으면 아주 편리합니다. 국멸치는 머리와 내장을 빼낸 후 밀폐용기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지요.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자면, 바짝 마른 프라이팬에 멸치를 넣어 달달 볶은 다음 국물을 내면 비릿한 맛도 전혀 없고 보다 더 고소한 국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좀 더 꾀를 내자면 프라이팬에 볶는 대신 전자 렌지를 이용하면 아주 편리합니다. 전자렌지 '강(600w 기준, 성인 2주먹 분량)'에서 3-4분 정도 돌려주면 바짝 볶아진 상태로 나오구요, 하나 먹어 보면 바삭바삭한 것이 전혀 비린 맛이 나지 않을 정도의 상태입니다.

일단 머리와 내장을 제거합니다. 이 때 내장은 버리고 머리는 따로 모아 두었다가 된장국이나 생선찌개 등의 국물을 낼 때 넣으면 아주 국물이 진하게 우러납니다. 단, 콩나물 국 같은 맑은 국에 넣으면 지저분한 가루 등이 떨어지므로 피하는 것이 좋구요.

1. 멸치의 내장과 머리를 제거한 후 체반에 넣고 탈탈 털어서 지저분한 먼지와 가루를 제거합니다.

2. 페이퍼 타월을 접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멸치를 넓게 펴 얹은 후 전자렌지 '강(600w 기준, 성인 2주먹 분량)'에서 3-4분 정도 돌려줍니다. 멸치가 바삭바삭할 정도로 만들면 됩니다.

3. 한 김 식힌 후 깨끗하게 씻어 말린 음료수 통에 넣은 후 뚜껑을 닫아 냉동실에 보관합니다. 미리 볶아 둔 멸치라서 사용할 때마다 볶지 않고 바로 쓸 수 있어 편리하고 급하게 마른 안주를 준비할 경우 초고추장과 함께 내놓으면 훌륭한 안주 역할도 해낼 수 있어 좋습니다. / 이효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효연의 멋대로 요리 맛나는 요리 http://blog.empas.com/happymc/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효연의 멋대로 요리 맛나는 요리 http://blog.empas.com/happymc/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멸치 육수 #이효연 #맞벌이 주부 #식사 준비 #냉동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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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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