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6월 12일 6·15 공동선언 5주년을 앞두고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을 대신해 미하엘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맨 오른쪽)로부터 독일 정부 최고훈장인 대십자 공로훈장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상연설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김당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6자회담의 상설화'와 함께 상설화된 이 기구에 EU(유럽연합)가 직간접으로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성공을 전제로 "6자회담 당사국은 6자회담을 해체하지 말고 상설화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기구로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이 때 EU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 기구에 참가하는 것이 동북아는 물론 세계평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제안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안전을 위한 상설기구에 6자회담 당사국인 남북한과 이른바 주변4강인 미·일·중·러 외에 한반도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EU를 포함시켜 항구적으로 집단적 감시 및 안전보장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EU의 한반도 평화 중재자 역할 강조
베를린 자유대학이 제정한 제1회 '자유상'을 수상하기 위해 독일을 방문하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은 16일 '베를린 선언과 한반도 평화'라는 제목의 수상 연설에서 "베를린 선언이 있은 지 3개월 후 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으며 이후 남북관계는 크게, 그리고 본질적으로 변화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6자회담은 오랜 정체와 위기를 겪으면서 지난 2월 13일 마침내 성공적인 합의에 도달했으며 올해와 내년에 걸쳐 이런 합의들이 실천되면 한반도에는 완전한 평화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EU가 한반도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우선 "EU의 여러 나라는 2000년 서울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서 저의 권고를 받아들여 북한과 거의 전면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했다"면서 "그후 북한에 대해 경제·교육 등 여러 가지 지원을 실시하고 북한의 경수로 건설에도 참여했다"고 밝혀 EU가 남북관계에 이미 '개입'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어 "이 외에 EU가 한반도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바라는 이유가 더 있다"면서 EU의 경제력과 평화에의 영향력 등을 예로 들었다.
"EU는 세계 제일의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고, 평화에 대해서 가장 큰 열의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EU는 이웃과의 모범적인 화해 협력 관계에서 탄생했다. 이러한 EU가 우리 가까이에서 강력한 파트너로서 존재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이와 같은 제안은 북핵문제가 해결되어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더라도 장차 미·중간의 동북아 패권 대결이 심화될 경우에 대비해 EU가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해줄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EU의 한반도 진출은 중·일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코리아'의 탈출구이자 ' 철의 실크로드'가 열릴 경우 EU에게도 중국·일본 시장 진출의 기회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리적으로 양국 중간에 위치한 한국에 EU 각국이 더 많이 진출하고 투자해서 한국과 함께 중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과 관계가 개선되면 한국의 남쪽을 출발하는 기차가 한반도를 종단해서 시베리아를 거쳐서 유럽에 도착할 것이다. 베를린을 거쳐 파리·런던이 종착지가 될 것이다. 동서를 잇는 '철의 실크로드'가 열리게 될 것이다. 철도수송은 해상수송보다 운송기간·운임·안전성에 있어서 훨씬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독일을 비롯한 EU 각국에 큰 혜택을 줄 것이다."
"자유는 희생을 통해서 쟁취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