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화여대서 강의하고 있는 이찬수 전 강남대 교수.오마이뉴스 안윤학
"이단(異端)의 한자상 의미는 무언가 '옳거나 바른 것(端)과 다른 것(異)'이다. 그래서 좀 기이하게 보이는 어떤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예수는 당시 종교적 기준에 비교하면 일종의 이단자였다. … 나사렛 출신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따르는 무리를 일컬어 당시 유대교 원로들이 '이단'이라 불렀다. … 성전을 더럽히고 그런 일로 사람을 선동하는(사도행전 24:5-6) 질서 파괴적 집단을 가리키고자 사용한 말인 것이다."
불상 앞에 절하는 TV 장면이 문제가 되어 강남대학교에서 해직된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장이 '이단'과 '사이비 종교'에 대해 입을 연다.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대표 이종수)이 17일 오후 7시30분 인권연대 교육장에서 마련하는 열네번째 문화나눔마당 '시대의 눈으로 바라본 기독교' 자리에서다.
이 원장은 2003년 한기총으로부터 '우상숭배' 및 '단군숭배'를 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았다. 2005년 이 때 공격받은 사실과 수업내용이 문제가 돼 2006년 재임용계약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다른 종교에 대한 조화와 관용을 강조한 그의 사상과 활동이 문제가 된 것.
이 날 이찬수 원장의 강의는 사실상 자신의 해임에 대한 은근한 비판인 동시에, '정통'과 '사이비'의 차이를 대중들에게 묻는 자리이다.
그가 미리 보내온 원고에 따르면 이 원장은 "종교는 본성상 사이비의 길로 나갈 가능성을 애당초 함축하고 있다"고 본다. 종교란 신비와 일상적 질서의 조화를 꾀해야 하는데, 여기서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신비주의에 치우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단 종교 전문가였던 탁명환의 7가지 사이비 종교 기준도 엄밀히 따지면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발견된다고 꼬집는다. 즉 예수의 인간적 측면보다 신격화된 측면을 강조하는 것을 비롯 시한부 종말론을 말하는 모습, 목사 세습 혹은 신도 성추행, 타 교단과 종교 비난, 큰 교회일수록 강한 물질적 기복 등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이단을 말할 수 있는 자격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이는 교회가 역사적 예수의 실상과 생동하는 인간의 삶을 제대로 담아낼 때 가능하다"고 전제한다. 즉 예수의 삶과 사상을 충실히 따르지 않는 교인이 이단이며 그런 점에서 자신을 공격한 이들이 바로 '이단이 아니냐'고 되묻는 것이다.
이 원장은 "당시 유대교 입장에서 보면 예수는 이단자였다"면서 그 사례를 몇 가지 들었다.
▲기존 유대교 질서는 안식일에 쉴 수 없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규정했지만, 예수는 안식일이 정말 사람을 쉴 수 있게 해주는 날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것은 피치 못하게 기존 안식일법을 위반하는 형태가 됐다 ▲당시 최고의 권위를 가지던 성전을 향해 '강도의 소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예수가 말한 '자비'보다 '거룩'(聖)을 강조하면서 생긴 병폐를 지적했다. 거룩을 실천한다며 잘 지은 건물, 잘 만든 물건 등 외양에 신경쓰고, 교회를 남다르게 치장하는 일이 다반사로 생겼다는 것. "자비의 이름으로 사람을 '포용'하기보다 거룩의 이름으로 사람을 '분리'하는 일이 교회 안에서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이어 "타 종교에 대해 차별하는 요즘 그리스도가 오래전 이방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하던 예수 시대 기성 교단 사람들을 꼭 닮았다"고 재차 비판한다.